슈퍼땅콩 김혜선, 여성기수 최초 100승 달성

문화·라이프 / 최병춘 / 2013-11-11 11:42:21
서울경마공원 제2경주서 막강한 뒷심 발휘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경마는 프로스포츠 중 드물게 남녀 구분이 없는 종목이다. 절대다수의 남성들을 상대로 한 여성이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어 화제다.


지난 11월 2일(토) 서울경마공원 제2경주(1,000)에서 ‘딕시바니’에 기승한 김혜선 선수는 초반 선행 후 막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버티기에 성공, 쟁쟁한 우승후보마로 여겨졌던 경주마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여성기수 최초 100승을 달성했다. 부상의 여파로 스스로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다고 할 정도였지만, 이번 승리가 완전한 회복의 기폭제로 작용해 이날 7경주에서도 우승하며 현재 101승도 따냈다.


김혜선 기수의 별명은 ‘경마 여자 대통령’.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2009년 기수로 데뷔한 김혜선은 지난 3월 여자 기수 최다승 기록(90승·이신영) 돌파는 물론이고 꿈의 통산 100승까지 달성하며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썼다. 당초 서울과 부경의 여성 선수 최다승은 현재 감독으로 활약으로 있는 이신영 감독이 90승으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김혜선 기수의 활약으로 인해 새로운 기록이 작성됐다. 사실 100승 기록은 이미 넘어서야 할 기록이었다. 올해 4월까지도 17승으로 잘 나가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6개월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해냈다.


김혜선 선수는 부상당했던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체력단련실을 찾는다. 경마대통령이라 불리는 박태종(프리, 47) 선수와 운동시간이 같아 조언을 들을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선수의 개인운동은 말을 오래도록 타기 위한 당연한 의무’라는 조언과 무려 25년간 몸소 그 말을 실천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스스로를 독려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여성 기수와 일하기 싫어하는 마필관계자도 있었다. 자신의 기승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김혜선은 “기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기승술을 갈고닦는 것뿐만 아니라 내 능력을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다 출전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김혜선이 많은 출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매일 말 10마리씩 조교를 하는 등 남들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자 기수들은 남자 기수들과 달리 섬세해서 말과 소통이 잘되는 장점이 있다. 요가 수련으로 몸이 유연해 말에 부담도 적다. 마사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마주들이 여자 기수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김혜선의 활약으로 요즘은 달라졌다. 능력을 많이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평균 14차례 말에 오른다. 한번 뛸 때마다 체중이 200~300g 정도 빠지지만 적게는 7마리, 많게는 14마리가 펼치는 경쟁이 짜릿하기만 하다. 막내딸이 사고라도 날까 싶어 어머니는 지금껏 경마장을 단 한번도 찾지 않았다. 반대했던 아버지는 이제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경마는 남녀 구분이 없어요. 남자 기수와 똑같은 조건에서 말을 타죠. 직선 주로를 달릴 때 파워 면에서 남자 기수보다 부족한 게 있어서 개인 체력 훈련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그녀는 부상 전의 자신이 속도를 높이고 조급했다고 한다. 100승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스스로 숫자를 세던 그때는 주변에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의식하지 못 했다고 하면서, 복귀 후에는 응원하는 팬들 뿐만 아니라 마방에서 분에 넘치는 기승기회를 주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이런 겸손함이 이 선수의 앞날을 더욱 더 기대하게 만든다. 두바이여성초청 경주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할지 조용히 응원해 본다.


자신이 뛰고 있는 종목의 입지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김혜선은 “사람들이 말의 생산적인 면이나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가를 잘 몰라서 경마를 더 도박으로 여기는 듯하다. 보안 유지 때문에 오해 받는 부분이 아쉽다”라고 말한 뒤 “11월 10일 두바이에서 열린는 여성기수 초청경주에서 잘해서 경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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