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개 사진작가에 베인 금강송과 농락당한 울진군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4-07-16 18:57:47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금강소나무만 전문적으로 찍어 온 사진작가 장국현 씨의 어처구니없는 행각이 드러났다. 그는 금강송 사진을 찍는다며 지난 2006년께부터 울진에 거처를 마련해 놓고 1년에 절반 이상을 금강송 군락지를 찾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듬해인 2007년에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가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장 씨는 수시로 산에 올라 금강송 찍기에 골몰했다.

산림청 조사 결과 장 씨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동안 수령이 200년 이상 된 금강송 수십 그루를 베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의 행각은 작년 9월에야 멈출 수 있었다.

그의 행각에 대해 한 사진작가는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을 보면 경쟁적으로 사진을 올려 과시하는 풍토가 있는데 이번 건도 그런 이유”라며 “자연에 대한 예의가 하나도 없다. 자연을 탐구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진 한 장 찍고 과시하며 자랑하는 풍토가 조장되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장 씨의 과시욕은 ‘신하송 베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신하송과 그 주변의 나무를 쳐낸 것과 더불어 대왕송의 가지도 잘라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구도에 방해가 되는 나무와 가지는 모조리 잘라낸 것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장 씨의 ‘금강송 베기’를 감독해야 했을 울진군이 그와 함께 ‘조작된’ 금강송 사진전시회를 공동 개최한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이 전시회에는 당시 임광원 울진군수 등 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장 씨의 조작된 ‘천년대왕송’ 홍보에 열을 올렸다.

당시 울진군은 장 씨의 파리 전시회 주최 비용으로 2억 6천여만 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10여 명이 현지 전시회에 참석했으며, 울진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장 작가가 6년 여 동안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거주하며 금강송의 아름다운 사계를 작품에 담았다’고 홍보한 것이다.

울진군은 울진 금강송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전시회를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조작된 사진으로 거액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결과적으로 장 씨의 유명세만 홍보한 꼴이 됐다.
결국 장 씨의 ‘금강송 베기’ 행각은 울진군의 한 환경단체의 제보로 멈추게 됐다. 장 씨는 지난 5월 21일 허가 없이 산림보호구역 안 나무 25그루를 벌채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약식 기소돼 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가 됐다.
사진 한 장에 400~500만 원을 받고 팔아온 그에게 벌금 500만 원의 처벌은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수령 220년이 되는 나무 수십 그루를 벤 혐의의 처분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며 누리꾼들은 여기저기 분노의 글을 올렸다.

장 씨는 벌금 500만 원이야 사진 한 장 팔면 그만인 돈이지만 우리에게 금강송은 비록 세계자연유산에는 등재되지 못했지만 후손에게 지켜줄 자연유산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사진작가가 가지고 있는 ‘과도한 경쟁 및 과시하는 풍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 씨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진 욕심에 눈 먼’ 제2, 제3의 장국현이 나타나게 될 당위성 같다는 생각에 더욱 아쉬움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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