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여자 원톱 마음에 글려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10-04-19 10:14:08

만능엔터테이너 엄정화가 영화 ‘베스트셀러’로 돌아왔다. ‘베스트셀러’(제작 에코필름)에서 엄정화는 표절혐의 이후 재기를 꿈꾸지만 또다시 표절 논란에 휘말리는 소설가 희수역을 맡았다. 시사회 후 엄정화의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엄정화에게는 오랜만의 단독 주연작이다. 지난해 영화 ‘해운대’와 ‘오감도’, ‘인사동 스캔들’로 부지런히 극장을 찾았지만 모두 조연 신분이었다.
“다작이라고 오해하는 분도 있지만 제대로 된 주연은 2006년 ‘미스터 로빈 꼬시기’이후 처음이에요.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여자 원톱이란 점에 마음이 끌렸던 게 사실이에요. 굉장히 반가운 시나리오였어요. 시나리오 받고 이틀 뒤 바로 감독을 만나 출연을 확정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엄정화가 맡은 ‘희수’는 여러 강박증에 시달리며 종잡을 수 없는 심리를 드러낸다. 때론 넋을 잃고, 때론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이 서스펜스와 공포를 자아낸다.
“촬영하는 매 순간 순간이 어려웠어요. 수중 촬영에선 오랫동안 숨을 참아야 했고 별장에서의 격투 촬영도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현장에서 괴로운 감정을 유지하는 게 제일 힘들었죠. 강박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도 해야 했어요. 정말 평소에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찍을 수가 없더라고요. 거의 먹지 않고 아주 예민한 감정을 이어가려 했어요.”
엄정화는 예민한 작가역을 소화하기 위해 무려 7kg을 감량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 희수는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오로라 공주’에서는 딸아이를 잃은 엄마의 분노와 슬픈 감정을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더 크게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내가 일을 못하게 됐을 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죠.”
1969년생인 엄정화는 올해로 데뷔한지 16년이 되었다. 42이라는 나이. 그래서인지 ‘오로라 공주’, ‘해운대’, ‘베스트셀러’ 모두 엄마 역이다.
“어떤 역할과 배역을 어떠한 마음으로 맞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아이가 없지만 나이가 있으니 엄마 역할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제 역할도 이제 한정되는 것이 맞죠.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은 느끼지 않아요. 연륜이 쌓이니 연기가 달라지는 듯 해요. 감정의 폭도 넓고 깊어졌죠. 나이 들어서 좋은, 유일한 점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불안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윤여정 선배를 보면서 배우로서의 한계를 생각하지 말고 불안함에도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해요. 세상엔 여러 가지 사는 얘기가 있으니 스스로를 믿고 역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가야겠죠.”
여자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의 한국 영화에 엄정화의 활약은 반가울 따름이다. 다음 앨범에도 댄스음악을 하겠다는 엄정화의 열정적인 모습에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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