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가설점포 철거, 강남구청 vs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문화·라이프 / 홍승우 / 2015-02-06 17:43:08
법원, 13일까지 잠정 중단 결정 ‘신뢰 어긋난 행동’

▲주민 100여 명은 점포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점포 안에서 대기하며 항의하는 등 철거를 저지하고 있다.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서울 강남구청이 개포동 구룡마을의 주민 자치회관으로 사용되는 농수산물 직거래용 가설점포 철거작업을 6일 시작했다가 2시간 반 만에 중단됐다.


이는 서울행정법원이 철거작업을 오는 13일까지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구룡마을 토지주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구모는 주민 자치회관으로 쓰이고 있는 가설점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중단해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구청이 대집행을 개시한 경위와 집행 정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심문이 필요하다”며 “추가 심문에 필요한 기간 동안만 잠정적으로 철거 집행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청 측에서는 4일 실시된 심문기일까지는 대집행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6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고도 5일 전격적으로 영장을 발부해 이날 새벽 대집행을 개시했다”며 “이는 신뢰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구청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가설점포를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가 법원의 결정이 전달된 뒤인 오전 10시20분께 철거작업을 멈췄다.

▶구청 용역 직원과 대치로 주민 한 명 탈진


주민 100여 명은 전날 밤부터 점포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점포 안에서 대기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철거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강행하려는 구청 측 용역 직원들과 대치중인 주민 한 명이 탈진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날 철거작업으로 점포의 벽은 모두 뜯어졌고 골격만 남은 상태다.


강남구청은 자치회관 건물에 대해 “당초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사용한다고 신고하고 설치된 건물”이라면서 “이후 주민자치회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으로 간판을 걸고 일부 토지주의 주택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해온 불법 건축물”이라고 밝혔다.


구청은 지난달 5일 건축주에게 임시 건축물인 주민 자치회관을 자진해서 철거하도록 시정명령 및 대집행 계고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 건축물을 그대로 둘 경우 화재 등 주민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 이상분(55·여) 씨는 “마을 회의가 있으면 이곳에 매번 모였고 마을에 큰 화재가 났을 때도 이곳에 모였다. 마을을 나타내는 상징이고 주체인 자치회관을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행정집행을 하려는 이유는 재개발을 두고 주민들의 구심점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강일(51) 씨는 “마을회관을 불법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구룡마을에는 자치회가 크게 구룡마을 주민자치회(회장 유귀범)와 구룡마을 자치회(회장 이영만)로 나눠져 있다. 두 자치회는 같은 구룡마을을 대표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환지방식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구룡마을 자치회는 수용‧사용방식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결국 마을회관을 사용했던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강남구와 대치되는 성격이라 비교적 급하게 진행된 철거작업에 대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그동안 강남구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됐다”며 “강남구(청장)가 전혀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견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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