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미다스손’ 심재명

문화·라이프 / 박태석 / 2012-05-11 11:31:37
한물간 정통멜로 ‘건축학개론’ 400만 관객을 눈앞

근래 국내 영화계에 ‘명다스의 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2010년 로맨틱코미디 ‘시라노;연애조작단’, 지난해 만화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사회고발 ‘부러진 화살’, 그리고 이번 ‘건축학개론’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한 명필름 심재명(49) 대표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기한 것은 이 작품들이 공교롭게도 ‘시장에서 잘 안 팔리는’ 소외 장르의 작품들이었다는 사실이다.(‘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제외) 정통멜로는 로맨틱코미디와 달리 이미 전성기가 지난 장르로 치부됐다. 4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건축학개론’이 막을 올린 3월22일 이전에 개봉한 멜로 영화는 모두 실패한 상황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독식한 만화영화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00만 명 이상의 발길이 몰렸다. 346만 명을 기록한 ‘부러진 화살’은 연초에 어울리지 않았고 대형 상업영화 3편과 함께 막을 올렸다.


▲ 재명 명필름 대표이사 ‘두레소리’ 개봉을 앞두고 “국악이 주는 본질적인 감동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들이라면 절대 안했을 영화만 골라한 이유를 묻자 심 대표는 “일부러 차별화를 시도했던 것을 아닌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됐네요”라면서 “어쩌면 영화의 가치나 주제의식 등에 좀 더 치중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꼼꼼히 최선을 다한 것을 관객들이 알아주신 덕인 듯 하네요”라고 담담히 말한다.

‘건축학개론’은 10년 동안 떠돌던 시나리오였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이용주(42) 감독의 시나리오였지만 명필름과 만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이용주 감독은 친동생의 소개로 2009년에 만나게 됐어요. 그때 이 감독은 여러 제작사를 만나 시나리오가 밋밋하다, 얘기를 들으면서 좀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채워 넣었던 상황이었죠.


여주인공 서연이 바람피우는 의사 남편에게 매 맞는 아내로 설정되고 그런 아픔을 안고 첫사랑 승민을 찾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명필름과 만난 뒤에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다 빼고, 절제와 담담함을 찾았어요. 이 감독이 초고와 가까워졌다고 하더군요”


심 대표는 흥행 가능성을 확신하였다. ‘건축학개론’에 대해 ‘만들기도 어렵고, 투자 받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을 뻗었던 성공의 코드 중 하나는 ‘첫사랑’이었고, 또 다른 코드는 ‘납뜩이’였다.


“첫사랑은 큰 강점이라 생각했어요. 첫사랑이 고루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끌어내면 가능하다고 봤죠. 그 동안 첫사랑을 다룬 소제가 없었으니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세상에 첫사랑인데 그것 말고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 싶었어요. 잘만 만들면 된다고 믿었죠. 덕분에 러닝타임으로 편집을 해야 할 때 과거 부분은 그냥 두고 현재 부분을 조금 뺐죠. 납뜩이는 비장의 무기였죠. 예전과 다른 젊은 감각의 유머코드라 새로운 면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과 영화를 준비하면서 누가 납뜩이를 맡든 뜰 거라고 했는데 조정석이 120% 해줬고 예상대로 잘 되고 있네요”


심 대표는 1995년 명필름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영화 32편을 만들었다. 2004년 강제규(50) 감독과 손잡고 MK필름으로 뭉치기도 했지만 2008년 다시 분리해 나왔다. “MK에서 분리해 나오면서 결심한 것이 있어요. 작품성과 흥행성 중 하나는 꼭 잡자는 것이었죠. MK필름 때는 실패작도 많았고, 후회되는 일도 많았어요. 그래서 그때를 반면교사 삼기로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과 노력 덕분인지 이제는 작품성과 흥행성 양쪽 모두에서 칭찬을 받게 됐네요”


심 대표는 영화 제작을 결정할 때 손익분기점을 따져봐서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이 돼야 시작한다. 그런 심 대표가 또 한 번 무모한 도전을 벌인다. 지난 10일 개봉한 국악영화 ‘두레소리’배급이다.


“지난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출품된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판을 벌인 것이죠. 솔직히 어려울 것 같아요. 배우도 비연기자인데다 국악은 관심조차 없으니 말이죠. 그래서 멘토 시사회를 크게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아요. 보시면 국악이 주는 본질적인 감동을 느끼실 텐데요. 발길을 극장으로 이끄는 것이 관건이죠.”


심 대표의 얼굴에서 살짝 불안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워낙 ‘명다스의 손’이니까 이미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마케팅 포인트를 이미 찾아 놓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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