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추천도서]진짜 우리말을 찾아 떠나는 여행

문화·라이프 / 이완재 / 2013-10-21 11:44:38

『방언정담』
한성우 저, 304쪽, 1만5000원, 어크로스


남도에서 두만강까지, 서울깍쟁이부터 육진 아바이까지
국어학자 한성우와 함께하는 진짜 우리말을 찾아 떠나는 여행


누구나 사투리를 쓴다. 시골 사람들만,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만 사투리를 쓰는 게 아니라, 서울 사람들도 서울 사투리를 쓴다. 그 다양한 방언에는 우리 삶의 정서와 역사, 사회의 면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남도에서 두만강까지, 저자가 방언 연구를 하며 오간 길에서 만난 사람들, 머문 풍경들이 우리 주변의 이런 방언들을 깨운다. 방언학을 쉽게 녹여낸 저자의 이야기들은 그저 흘려들었던 사투리를 다시 듣게 하고, 사투리의 행간에 담긴 더 많은 뜻을 듣게 만든다. 소용돌이치듯 중앙으로만 집중되는 사회, 그럼에도 지역으로 정치색을 결정짓는 사회 속에서 사는 우리다. 어쩌면 진작 귀 기울여야 했던 것이 바로 방언이 아니었을까. 말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통을 가능케 하는 방언의 인문학이다.


◆ 20년의 방언조사에서 만난 사람들, 머문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
저자는 방언 연구를 시작한 학생 시절부터 강단에 선 지금까지 스무 해 넘도록 현지 조사를 해오고 있다. 알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그 말이 있는 곳에 가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당연, 그렇게 오간 길이 남도부터 두만강에 이른다. 그 길에서 저자는 ‘말’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 중국 단동의 최미령 할머니에게는 다른 이름이 넷 더 있다. 미미꼬, 따냐, 우르나, 메이링.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떠돈 우리 이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이름들이다. 강원도에는 ‘지두룸’이 있다. 객지에 나가 사는 가족을 ‘지둘리면서’ 오래 둘 수 있는 것들로만 마련한 주전부리를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방언에 담긴 우리 삶의 정서와 역사, 사회의 면면들을 이야기한다.


◆ 알고 보면 다 사투리, 우리가 쓰는 말이 우리에 대해 알려주는 것들
그 이야기들은 오랜 연구로 얻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우리 주변의 방언을 깨운다. 저자는 서울 수도 600년의 시간보다 더 오래 그 땅에서 살아온 가문의 할머니를 만난다. 전혀 ‘서울깍쟁이’답지 않은 삶은 그 자체로 긴 여운을 남기지만, 동시에 진짜 서울말을 들려주고, 서울말 역시 우리말의 여러 갈래 중 하나임을 환기시킨다. 이 이야기를 필두로 저자는 누구나 사투리를 쓰고 있으며, 출신에 따라 살아온 환경에 따라 어떻게 사투리가 다양하게 분화되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곧 우리 각자의 인생 궤적을 반추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책은 이렇게 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의 사투리를 다시 듣게 하고, 사투리의 행간에 담긴 삶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보여준다.


◆ 말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통을 만드는, 모두를 위한 방언학
소용돌이치듯 중앙으로만 집중되는 사회, 그럼에도 지역으로 정치색을 결정짓는 사회 속에서 사는 우리다. 누군가는 부러 표준어를 쓰려 노력하고,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영화 어디에선가는 정형화된 사투리가 튀어 나오기도 한다. 방언학을 쉽게 녹여낸 이 책은 그런 말들 속에 뿌리 내린 편견과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왜 저자는 평양말과 서울말의 차이가 부산말과 서울말의 차이보다 적을 수도 있다고 말할까? 과메기와 홍어는 어째서 각각 경상도와 전라도를 폄하하는 말로 전락해버렸을까?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방언은 연구자의 논문을 벗어나 ‘방언의 주인’인 우리들에게 생생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말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통을 만드는, 모두를 위한 방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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