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안컵 결산①] 정상은 실패, 그러나 27년만의 결승 진출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5-02-04 12:57:46
짧은 준비기간, 주축 선수 부상 악재에도 선전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관심은 많지 않았지만 기대는 높았다. 결과에 대한 부담도 족쇄였다. 아시안컵 얘기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는 세계 월드컵 역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왔다.


따라서 ‘아시아 최강’이라는 말에 대해 스스로도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정작 아시안컵에서는 55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승까지 닿는 데는 실패했다.


전통의 라이벌 일본,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강호들과 새로운 강자 호주 등이 즐비한 아시아 무대지만 이미 월드컵으로 눈이 높아진 축구팬들은 아시아 대회에서의 성적은 우승이라는 성과 외에는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준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졌고, 선수들은 인천공항으로 금의환향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참혹한 대접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결승에서의 아쉬운 분패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거둔 것은 지난 1988년 카타르 대회에서 4전 전승을 거둔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었다.


개최국 호주에게도 승리를 거두고 조 1위로 8강에 나선 대표팀은 8강전에서 연장승부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었다. 4강에서는 지난 2007년, 대표팀을 4강에서 무너뜨렸던 이라크에게 2-0으로 설욕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결승 진출 역시 27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그러나 대표팀은 지난 달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게 1-2로 패하며 우승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대표팀은 전반 종료 직전, 이번 대회 신성으로 떠오른 호주의 마시모 루옹고의 중거리 슛 한 방에 선제골을 내줬다.


이번 아시안컵 5경기 무실점 끝에 처음 허용한 실점이었고, 525분의 무실점이 깨졌다. 후반 들어 선수교체와 수비수들의 공격진 배치 등을 통해 초강수를 둔 대표팀은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왼발 강슛으로 기어이 동점을 만든 것.


그러나 패색이 짙은 시간대에 동점을 만든 대표팀의 투혼은 거기까지였다. 연장 전반 막판, 토미 유리치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해 골 에어리어로 낮게 찔러준 공을 골키퍼 김진현이 몸을 던져 걷어냈지만 쇄도하던 트로이시가 재차 슛으로 연결하며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끝내 대표팀은 승부를 다시 되돌리지 못했다.


그러나 준우승의 결과에도 대표팀의 이번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적이 요구되었던 이전과는 분명 다른 평가다.


짧은 준비 기간 … 한국, ‘팀’이 되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지난해, 홍명보 전 감독의 사표를 수리했다. 월드컵 성적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홍 감독의 사임 과정에서 협회는 원만한 행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난항이 있었다. 결국 9월 5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새롭게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슈틸리케 감독은 바로 입국하여 대표팀의 평가전과 K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대표팀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시안컵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감독 취임 후 120일 남짓한 시간에 준비를 마쳐,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대회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아시안컵 조 추첨 당시 우리나라의 피파랭킹은 60위로 이란(42위), 일본(48위), 우즈베키스탄(55위)에 이어 아시아 4위에 머물러 조추첨 당시 ‘포트1’을 배정받지 못했다. 결국 조별리그에서 개최국 호주를 만나게 됐다. 호주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죽음의 조’로 불린 B조에 배정됐다.


디팬딩 챔피언 스페인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B조에는 4강에 오른 네덜란드와 돌풍의 주역이었던 칠레가 함께 편성되어 있었다. 호주는 ‘죽음의 조’에 배정되던 순간 월드컵 보다는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췄다.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사실상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월드컵 보다는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사령탑이 바뀌며 준비기간이 극히 짧았던 우리나라와는 대비를 이룬다. 최근 아시안컵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던 일본은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사임하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로 전환했다. 감독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지만 감독의 사임과정과 선임과정, 시기 등은 전혀 달랐다.


이러한 상황적인 조건들은 우리나라에게 우승이라는 최대성과를 바라기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이미 월드컵 16강행보다 한 경기에서의 실수가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아시안컵 우승이 더 어려운 도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표팀은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뉴시스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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