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하고파”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12-02-13 11:41:41
하정우,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역 맡아

[토요경제] “영화 ‘황해’ 찍을 때 연변에 갔었는데 도시가 황량했어요. ‘이 사람들에게 낭만은 무엇일까, 무엇이 자연일까’ 생각하던 중 폭설이 내리더군요. 너무 아름답고 다른 나라 같은 느낌이었어요. 서울도 여러 가지로 바쁘고 심란한 일도 생기니 눈이라도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네요. 어렸을 때는 눈이 많이 와서 이글루도 만들었는데….”
최근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개봉을 앞두고 하정우(34)를 만난 날,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서울에 왔다.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내리던 눈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고 세차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창밖을 수시로 내다보며 이어진 하정우와의 대화는 1980년대로 향한 추억의 여행이었다.


▲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에서 보스 최형배 역의 배우 하정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80년대를 추억하다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80년대에 대해 하정우는 “초등학교를 85년도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후 노태우(80) 전 대통령이‘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요즘과 달리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등교했다. 오후 다섯시가 되면 동네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던 기억이 난다. 평화의 댐 모금운동, 86아시안게임이 있었다.”

그 무렵 하정우는 서울 잠원동에서 살았다.“동네에는 재미있는 풍경들이 있었다. 판자촌과 아파트가 공존했고, 동네에는 스케이트장이 있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판자촌 철거가 시작됐고 3호선 지하철이 처음 생겼다. 소풍을 선릉역 주변으로 다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를 어렴풋이 뉴스를 통해 봤던 기억이 있다”는 하정우는 그 때만 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너무 어렸던 탓이다. “생각해보니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가 자주 열렸다. 근검절약 캠페인, 새마을 운동도 있었고…. 하지만 어린이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정부가 선언한 '범죄와의 전쟁'은 1차원 적이었다”는 마음이다.
“‘그냥 저런 일이 있구나’는 생각이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저렇구나. 참 살기 힘들었겠다’라는 식의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리코더 시험을 준비하고 잠자기에 바빴다”면서 “이 영화를 찍으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영화 속에서도 ‘익현’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당시 아버지들은 밖에서 수많은 일들을 당하고도 영어 단어를 체크했다. 짠한 부분이다”고 이해했다.


◇마초들이 풍기는 땀내로 가득한 영화
“그래도 그 때가 좋았던 것 같다. 공기가 맑았다. 계절이 바뀔 때 여름, 겨울 냄새가 났다. 하지만 요새는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80~90년대에는 누가 모임에 늦어도 영문도 모른 채 기다려야만 했다. 대학교 다닐 때 서른다섯명 중 서너명 정도만 핸드폰을 썼다. 하지만 요즘은 초등학생도 문자를 주고받는다. 편리하겠지만 재미가 있을까 싶다. 우리 때는 공중전화를 쓰기 위해 기다리던 줄도 길었는데….”

하정우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향수를 느끼게 하고 싶다”며 웃었다.
“영화를 본 분들이 30, 40대 남자들의 영화라는 말을 한다. 그들에게 영화를 보며 향수를 느낄 수 있고, 휴식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또 여성들과 20대 친구들에게는 이 영화가 그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소통의 주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이 영화는 개봉 4일만인 5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와의 전쟁’은 5일 하루 701개관에서 3050회 상영되며 35만1710명을 모은데 힘입어 2일 개봉 이래 누적관객 109만3200명을 달성했다. 특히 '남성들이 좋아할 영화', '기성세대들이 좋아할 영화'라는 편견을 여지 없이 깬 20대 여성들의 열띤 반응도 초반 흥행세를 키우는데 크게 작용했다.

주말 흥행에서도 ‘범죄와의 전쟁’는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3~5일 701개관에서 8974회 상영되며 91만8573명을 앉혀 전주 1위였던 안성기(60) 박원상(42)의 사회고발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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