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을 위해 꼼꼼하라”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1-16 12:02:44
측근과 부자들의 대변자가 된 대통령

2007년 프랑스와 한국에 나란히 ‘부자들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사르코지와 이명박’ 모두 후보시절 국민들에게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이 한 약속에 주어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극소수의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됐고 나머지 사람들의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 책 <부자들의 대통령>은 25년 전부터 부자들의 행태를 연구해 온 팽송 부부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집행하는 현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행적을 기록한 사회학적 보고서이다. 저자들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직에 오른 바로 다음 날부터 사르코지가 부자들에게 안긴 선물의 명세를 낱낱이 기록,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부자계급을 위한 충직한 하수인으로 봉사하고 있는지를 밝혀냈다.


◇ 불법은 성실하다


“계급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주도하는 것은 내가 속한 부자 계급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현재 진행 중인 계급간의 갈등을 이처럼 명확하게 표현했다.


부자들의 대변자를 자처한 사르코지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프랑스에서 이 계급투쟁은 실로 장대한 규모로 펼쳐진다. 사르코지는 당선 직후 수개월에 걸쳐 부자들에게 풍성한 선물을 안긴다. 훈장을 이런저런 기업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듬뿍 안기고, 조세상한선을 낮춰 부자들의 세금 고통을 덜어주고, 상한선을 넘어서는 부분은 환급과 상속세를 면제해 주었다. 또한 이들을 정부와 공기업의 전략적 요직에 두루 임명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사르코지는 프랑스 은행들에 무려 1천 2백억 유로를 긴급투입했다. 그러나 은행간부들은 여전히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아 챙겼고, 타락한 은행은 돈 투기로 여전히 세월을 탕진했다.


정부는 비어가는 금고를 은행들이 낸 이익에서 환수하는 대신, 공공부문 지출을 축소하고 서민들의 삶의 기반을 쪼개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2010년 가을을 온통 장기파업과 집회로 물들게 했던 국민연금개혁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파업과 시위 현장을 지배하던 구호는 “우리는 계급투쟁 중이다”였다. 눈이 밝은 사람들이 찾아낸 이 한 줄의 구호는 시위에 나선 사람들에게 계급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치열한 계급투쟁 속에 우리 모두가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깨우쳐 준 것이다.


◇ 부자들의 ‘단결’을 본 받아라


사르코지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챙기기보다는 부자와 자기 측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통령이다. 은밀히 만나도 구설수에 오를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이제 공공연히 만나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뻔뻔해졌다. 이것이 바로 공·사 구분없이 마치 기업체 사장처럼 국가를 운영하는 사르코지즘의 본성이다.


저자들은 “사르코지가 다음 선거에서 낙마하더라도 정치, 경제, 심지어는 문화적인 권력까지 독식하는 극소수의 백만장자 카르텔은 언론을 장악해 시민들의 눈과 귀를 유린하고, 또 다른 대타를 찾아 그의 자리에 앉힐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소수 특권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반 서민들이 나서서 좀 더 넓고 단단한 결속력을 가진 전선을 구축해야한다”고 충고한다. “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서민들의 공동전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 노동현장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임금노동자들의 자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급격한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겪은 프랑스 텔레콤은 매년 2008년부터 30여명의 직원들이 도미노 자살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저자들은 “부자들의 행태를 본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부자들은 계급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고, 자기들끼리 강력하게 연대하고 단결한다. 통일된 공격세력을 창출하지 않고는 지금처럼 심한 불평등과 불의는 제거될 수 없다.


2012년 한국은 총선과 대통령선거 등 부자계급과 서민계급 간 거대한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이 책은 상대가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한국의 시민계급이 섭취해 두면 좋을 흥미진진하고 영양가 높은 사회학적 강장제 역할을 할 것이다. 미셀 팽송 외 저·장행훈 역, 1만4500원,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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