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자기모순을 보라”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1-09 14:12:14
'신은 위대하지 않다' 출간

지난 2001년 911사건 이후 종교의 배타성과 폭력성과 반문명성에 대한 회의가 전 세계 시민사회로 번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신과 종교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있다.


특히 팍스아메리카나의 기독교 복음주의와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현재의 흐름 속에서 출간된 이 책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종교에 대한 반감을 단순하고 거칠게 표현하는 차원이 아닌 경전의 원전, 그 문헌학과 해석학, 종교의 역사에 근거해 신중하고 지적인 태도로 논의를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의 야만성과 종교가 저지르는 범죄에 머물지 않고 신 자체를 문제의 핵심으로 포착, ‘신의 자기모순’에 파고들기 때문에 일반 독자는 물론 종교계에까지 ‘불편하지만 읽어야 할 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출간 직후부터 독자와 평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 <위싱턴포스트>등은 앞다퉈 보도했고, <뉴욕타임스> 집계 25주, 아마존 종합 3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논쟁과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영미 언론 선정 100대 지식인’에 선정된 세계적인 정치학자 겸 저널리스트로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식인으로 이름 높다. 그는 베트남 전쟁 등 주요 국제전쟁 도발과 피노체트 정권 지원 등 정치공작의 책임을 물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전쟁범죄자·반인륜범죄자로 기소한 단행본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종교의 범죄상 폭로’에 논의를 한정한 책이 아니다. 인류 평화와 저마다의 행복을 위한 조건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때, ‘신 자체’가 바로 문제의 핵심임을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논의의 출발점은 신과 종교의 ‘자기모순’이다. 히친스는 “종교가 저지르는 이러한 실수와 범죄를 찾아내려면 ‘모범적인 신자들의 행동’이 아닌 ‘종교의 원래 가르침’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히친스는 “인간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의 섭리에 따라 서로를 죽이고 짓밟으며 인류가 간신히 이룩한 문명을 스스로 파괴해왔다”며 “파괴와 반생명주의는 신의 속성이고 종교의 태생적인 조건이다”라고 말한다.


히친스는 이 책에서 신과 종교에 깃든 ‘모순’을 파헤쳐 왜 신과 종교는 보통 사람의 생활과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 미래 인류의 평화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지 논증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종교를 외부로부터 비판해 종교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히친스는 종교의 자기모순에 파고들어 ‘내부의 붕괴’를 기획, 회의적인 시민들에게 보다 신선한 자극을 주고 종교계에겐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서로 부수고 짓밟고 살아온 인간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내일을 꿈꾸기 위해 신에 엮인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인간에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인간다운 판단과 실천을 바탕으로 신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겐 새로운 계몽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인류의 견본은 바로 인간 그 자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계몽주의 운동”이라며 “대단히 용감하고 재능 있는 소수의 영웅적이고 획기적인 성과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계몽주의 운동은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히친스는 “신은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엔 “신의 자기모순을 보라. 묻기 전에 무효다”라고, “신 없는 인간의 삶이 가능한가” 하는 물음엔 “가능할 뿐 아니라 그 편이 훨씬 낫다”고. “우리가 누려야 할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고 단호히 답변한다.


그는 “우리의 삶에서 신을 떨쳐버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아, 인류의 역사를 평화와 행복으로 다시 설계하자”며 “새로운 세상을 꿈꿀 권리를 두려워 말자”고 외친다.


종교인도 무시할 수 없는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감정적인 선동이 아닌 세련되고 논리적인 문장, 인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위엄 있는 표현, 계몽주의 전통을 살린 설득력과 재치 들을 두루 갖춘 히친스의 노작은 한국 독자에게도 생산적인 논쟁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저·김승욱 역, 1만6500원,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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