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말하다④] - 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3

문화·라이프 / 강세훈 칼럼리스트 / 2020-02-18 17:52:23

[토요경제=강세훈 칼럼리스트]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항상 사소한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냥 우연찮게 이런 일 또는 이런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우연한 것도 나름에 계기 또는 인연의 시작인 것이다.


나 또한 둘레길을 다니며 길여행을 시작한 것도 방송에 비쳐진 외국의 둘레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마주한 이후이다. 그때 그 방송을 보지못했다면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길여행을 시작한 계기도 그렇지만 길위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경우도 많았다. 단순히 많이 걸었기 때문이 아니라 길 속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난 이렇게 길을 걸을 때 내 삶에 방향에 전환점이 되는 깨달음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받기도 하였다


길여행의 시작
1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둘레길이라는 개념이 없을때가 있었다. 오로지 등산로와 등산만 하던 시절이다. 그러다가 제주올레길과 강화나들길이 생길 무렵, 나또한 앞으로 무얼하며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갔다.


모처럼 여유롭게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프랑스 랑도네(Randonnee)에 대한 소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하루 또는 며칠씩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있고,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이였다. 순간 뒷통수에서 불이 번쩍이듯이 내가 해야 할 일이, 그리고 평생직업으로 하고싶었던 일이 결정되었다.


전국에 걷기좋고 아름다운 숲길과 걷기 좋은 길을 찾아서 소개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미련없이 회사를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순간적이고 우연찮은 계기가 내 삶을 바꾸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길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수많은 길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갈림길 앞에 서서 짧은 판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사전정보가 많다면 판단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로지 직감과 경험을 믿을 뿐이고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가야만 한다. 그래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길에서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 자신이 정한 곳까지 가는 것이 목적지이고 그곳에 가기위헤 서있는 곳이 출발점이다. 그저 본인이 정해야 하는 것이 둘레길, 걷기여행의 매력이다.


길이 던져주는 메시지
전국에 있는 둘레길을 다니면서 도움을 받았던 길도 있었고, 전환점이 되었던 길도 있었다. 아니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곳도 둘레길이였다. 나에게 있어서 둘레길, 숲길, 그리고 골목길은 나에게 있어서 학교이자, 선생이고, 조언자였다. 말없이 그저 걷다보면 주변에서 보여지는 풍경과 길모습이 나에게 메시지를 던져주곤 했었다.


처음으로 찾아간 부암동과 청암공원을 잇는 골목길은 이야기가 있는 도심여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고, 가평의 축령산 잣나무숲은 숲이 울창한 둘레길에 빠져든 인연을 만들었다. 그래서 전국에 둘레길과 도심여행길을 다니며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함께 길여행을 떠나도록 이어졌다.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내와 둘레길의 매력, 길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계절을 다니면서 계절마다 가본 둘레길은 계절에 따른 변화와 자연을 이해하게 만들었고, 관심이 없었던 꽃과 나무의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삶이 지쳐 힘들거나 방황할 때 개심사로 이어지는 아라메길은 자연에 순응해야 함을 일깨워줬고, 남양주의 폐중앙선철길은 길은 변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순천의 송광사를 찾아가는 길은 고인 것은 썩고 탁해지니 계속 변화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단순히 땀을 내며 걸었다면 느낄 수 없는 경험들이다.


지금도 고민이 생길때면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을 한다. 그리고 처음에 떠오르는 그곳을 찾아간다. 그러면 거의 해답을 찾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되돌아 오곤 했다.


길위에 삶
지금은 예전처럼 많이 걷지 못하고 있다. 강의도 있고, 글도 써야하고, 사람도 만나서 해설여행을 어떻게 많이 만들지 회의를 한다. 그리고 나서야 여유가 생길 때 새로운 둘레길을 찾아 간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은 아니다. 단지 길을 찾아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다른 방법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연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둘레길을 찾고, 어떻게 이야기를 해줄지 줄거리를 만든다.


도심여행도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재미있는 여행으로 만들려고 한다. 길위에서 시작한 내 삶은 이렇게 바뀐 것이 아니라 확대되고 다양함을 더하였다.


내가 길을 통해 경험하고 찾았던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길위에 내 삶은 이렇게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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