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말하다③] 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2

문화·라이프 / 강세훈 여행칼럼리스트 / 2020-02-18 17:54:13

[토요경제=강세훈 여행칼럼리스트] 처음, 길을 접했을때는 그저 걷는 자체만으로 좋았다. 살짝 흐르는 땀도 좋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것도 즐거웠다. 비오면 밖을 나가지 않던 내가 비내리는 날은 걷기위해 일부러 나서기까지 했다. 이렇게 걷기위해 어디론가 가야하는데 집 바로 앞이던 멀리 떨어진 곳이던 걸을 수 있는 곳, 걷기에 적합한 장소가 둘레길, 숲길, 공원길, 탐방로, 골목길 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길이라고 말한다.


마냥 걸었던 길이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질문을 하거나 답을 던져 주기도 했다. 좋은 길, 나쁜 길 이라는 의미를 떠나 보다 내 삶에 파고드는 통찰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걸을 때 만큼은 내 안을 들여다볼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인생과 닮은 길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길이라고 소개하는 둘레길이나 숲길, 탐방로 등을 들여다보면 나름에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지길이거나 같은 평지라도 임도같은 길도 있고, 좁은 오솔길도 있다. 어떤 길은 초반에는 무척 힘들게 올라서야 하지만 나중에는 편하게 걷는 코스도 있다. 반대로 처음에는 쉽다가 점점 어려워지는 길도 있다.


인생에서도 처음부터 큰 어려움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어렸을 때 고생하여 노년에 행복한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삶자체가 힘들고 좋을때와 나쁠때가 끊임없이 반복되기도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으면 운동효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평지길은 심심하고 재미없다고 한다. 단순히 재미만 따지고 본다면 변화가 있는 길이나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거나 볼거리 많은 길이 좋다.


하지만 모든 길이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변화무쌍하고 볼거리 넘치는 그러한 길은 없다. 오히려 있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긴장하게 되어 오히려 걷는 내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어느 길을 갈지 우리는 살펴보고 정보를 찾은 후에 결정을 하고 길을 찾아간다.


인생도 그렇다. 내 인생은 너무나 화려하고 변화무쌍하여 소설책 10권을 쓸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난 너무 단순해서 몇 줄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름 선택한 길로 가고 있다. 좀더 나은 인생을 찾기위해 배우거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멘토링을 받기도 한다. 이도저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단지 인생에 황금기가 일찍 찾아오거나 늦게 찾아 오는 경우도 있다. 길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걷는 중 일부분에 불과하고 일찍 만나게 될지 늦게 만나게 될지는 내가 어떻게 찾아가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생도, 내 삶도 돌이켜보면 주어진 방향을 그대로 따라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내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길을 찾아 천천히 나서고 있다.


북한산둘레길 코스중에 산너미길처럼 무척 힘들게 올라가서 절경을 맛보는 것처럼 힘들때도 있었고, 명상길을 걸을 때처럼 조용하고 앞만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다.


길은 우리에게 지금도 느끼고 사색하라고 계속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오르막부터? 내리막길부터?


10km 이상 길게 걸을때는 미리 전체 코스를 어떻게 걸어야 할지 생각을 한다. 초반 체력이 있을 때 힘든 구간이나 코스를 먼저 지나가고 이후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정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고 긴장도 풀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에 쉽게 가고 나중에 힘든 코스를 가면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름에 둘레길을 선택하는 기준을 가지고 이에 부함하는 곳을 찾아간다. 그래야만 3,000여개 둘레길 코스 중에 적당한 길을 추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일하는 습관이 있는데 쉬운것부터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렵고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먼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쉬운 것은 빨리 끝낼 수 있지만 미뤘던 힘든일이 남아 있어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대로 어려운일을 먼저 한다면 나중에 마음편하게 자잘한 일들을 해치우며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둘레길은 정방향이던 역방향이던 어떻게 가야할지 선택여부에 따라 느껴지는 강도와 체감 풍경이 달라진다. 습관적으로 방향을 정하면 직진 본능 때문에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 가끔씩 사람들에게 뒤를 돌아보라고 권유한다. 미쳐보지 못한 풍경을 만나기도 하고, 우리가 걸어왔던 자취를 보여줌으로써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나 또한 살면서 잘못하거나 선택이 틀렸던 적이 있다. 그걸 애써 무시해버렸다면 또 인생의 오류를 일으킬 여지가 있겠지만 왜 그랬는지 들여다보고 기억하고 있다면 비슷한 선택에 순간이 왔을 때 틀리지 않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둘레길은 인생의 연습장이다. 앞서가거나 뒤에서 갈 수도 있고, 여러번 갈 수도 있다. 다른 방향에서 걸어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 최적의 아름다운 시간과 계절을 찾아내어 이야기해줄 수 있다. 이런 연습이 내 삶에 있어서도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복불복 남산둘레길


남산둘레길이 생긴지는 불과 2,3년 정도 되었다. 남산 아랫능선을 온전히 둘러볼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샛길과 만나고 갈라지고 하며 다양한 코스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선택하느냐에 따라 남산을 바라보는 모습도, 길의 난이도도 달라진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복불복 남산둘레길’이라는 길여행 콘텐츠 였다. 각 갈림길이 나타날때마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선택하게끔 하였다.


처음에는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선택장애‘ 일으키고 있었다. 그와중에도 어느 참가자는 먼저 어디로 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다른 참가자들은 하나 둘씩 동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음 제안한 사람의 의지대로 남산둘레길을 걷게 된다. 간혹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때 내가 갈림길에 대한 조언을 한다. 내가 조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참가자들을 내가 원하는대로 따라 간다. 결국 먼저 얘기하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흘러간다.


사람들은 이 작은 선택에도 어려워한다. 선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자기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서는 믿고 잘 선택한 것이라고 얘기하여 주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최선이라는 것과 먼저 말하는 사람 의견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우리 삶도 먼저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말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있으며, 우리는 이들을 선지자, 얼리어답터, 멘토, 조언자 등으로 부르며 따라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짧은 남산둘레길에서도 여러 메시지를 들려준다. 인생과 길은 같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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