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검사의 스포츠

문화·라이프 / 김사선 / 2018-12-06 13:43:07

[토요경제=김사선 기자]빌리 사이아니스의 ‘염소의 저주’는 협박죄가 성립할까?
커브를 발명한 사람에게도 지적재산권이 인정될까?
“스포츠 에피소드를 법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검사의 스포츠>


타자가 친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면 사직구장에는 이런 외침이 들린다. ‘아~주~라!’ 공을 아이에게 주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만들어낸 사직구장 고유의 문화 가운데 하나다. 아주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면 공을 집어든 어른은 주변의 아이에게 공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직업병이 도지는 사람이 있다. 법무부에서 법교육을 담당했던 양중진 부장검사다. 스스로 필드에서 뛰는 것도 즐기고 관전도 좋아하는 자칭 스포츠광 양중진 검사는 법률의 시선으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바라본다. 과연 ‘아주라’는 강요죄에 해당될까?


<검사의 스포츠>는 못 말리는 스포츠광의 직업병 이야기다. 저자 양중진 검사는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 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그의 엉뚱한 상상력은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에서 있었던 사건에서도 가동된다.


시카고 컵스의 광팬이던 빌리 사이아니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가 ‘냄새가 심하다’는 관중의 항의로 쫓겨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저주는 실제로 실현된 듯 108년간 시카고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양중진 검사의 머리에 ‘협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과연 빌리 사이아니스의 저주는 ‘협박’에 해당할까? 협박죄의 요건을 하나씩 살피는 저자는 천재지변과 같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에서는 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염소의 저주는 그저 구장에서 쫓겨난 빌리의 분풀이일 뿐이라는 얘기.


저자의 관심사는 그러나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법률을 지배하는 정신인 ‘정의와 배려’를 토대로 운동경기의 규칙도 살펴본다.


예컨대 승부차기가 대표적이다. 처음 축구 경기에서는 무승부가 나면 동전 던지기로 승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되었는데 이때부터 양 팀이 번갈아 공을 차게 되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인 저자의 시선에는 이게 불편하다. 운의 개입을 막고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취지를 지키려면 승부차기는 양 팀에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축적된 통계에 따르면 먼저 차는 팀의 승률이 60%에 이른다. 즉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한 방식이었다.


저자는 이 방식이 지닌 문제 떼문에 최근에는 각 세트별로 먼저 차는 팀을 계속 바꾸는 방식이 도입되었다고 설명한다. 스포츠도 공평의 정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관심사는 스포츠 전반에 폭넓게 걸쳐 있다. 파울을 선언한 심판을 향해 ‘돈을 세는 동작’을 한 선수에게 물어야 잘못에 대해서도 말하고, 보상판정이 갖고 있는 문제도 지적한다. 경기 전에 선수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심판의 행동도 언급하고, 같은 잘못에 대해서 나에게만 휘슬을 부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선수의 잘못된 평등권 주장에 대해서 말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소개하며 저자는 법률의 초석을 이루고 있는 주요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시작하여 명예훼손, 사기, 폭행, 성희롱, 지적재산권, 협박, 절도, 정당행위, 손해배상, 재물손괴 등 경기장 밖의 룰을 알뜰히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게 끝이 아니다. 정의(정정당당)와 배려라는 법과 스포츠의 정신을 통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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