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반란의 조짐' 출간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1-11-22 11:36:53

2008년 11월 11일 동트기 전, 프랑스 중부 타르낙의 산골 마을에 대테러진압 경찰부대가 헬리콥터들의 호위 속에 들이닥쳐 모두 20명을 연행했다. 당국은 그중 9명을 ‘테러계획과 연관된 범죄조직’이자 철도 사보타주의 용의자라고 발표했다. 그들은 모두 부족함 없이 성장한 파리의 중산층 출신으로 대학원 이상의 교육을 받은 27~34세의 젊은이로 알려졌다. 프랑스 내무부장관 알리오 마리는 “이들은 극좌 아나키스트 자치조직이고 <반란의 조짐>의 저자인 ‘보이지 않는 위원회’이며 <반란의 조짐>은 테러리즘의 매뉴얼”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이들 9명은 ‘타르낙 9’이라 불렸고, 그중 쥘리앙 쿠파는 조직의 리더이자 <반란의 조짐>의 핵심 저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집요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증거 부족으로 인해 2009년 3월 쥘리앙 쿠파를 마지막으로 모두 풀려났다. 이와 관련된 일련의 수사는 결국 <반란의 조짐>이란 문건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 타임스>가 “반 물신주의 선언이자 혁명의 매뉴얼”이라고 칭한 이 책 <반란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위원회’라 불리는 익명의 프랑스 저자들에 의해 쓰였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대의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보는 전통적 좌파들과 달리, 이들은 익명으로 낸 이유에 대해 “현 체제가 식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라고 밝혔다.
2007년 이 책 <반란의 조짐>이 프랑스에서 소량 인쇄돼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만 해도 그 영향은 미미했다. 그러나 타르낙(Tarnac)에 살던 9명의 젊은이가 “테러 활동을 목적으로 한 범죄 단체 결성”의 죄목으로 기소된 사건에 이 책이 주요 증거 품목으로 법원에 제출된 것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이 글은 곧 익명의 번역자들에 의해 여러 언어로 소개되고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2009년 미국에 정식 영문판이 출간되자 뉴욕에서는 독자들의 자발적인 출간 기념식이 열렸고 이를 뉴욕타임스가 보도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21세기 최초의 세계 혁명 선언인 <반란의 조짐>에 묘사된 현대 사회와 대처법에 대해 세상은 극도로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보수 언론인 <폭스TV>는 이 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뉴스 꼭지를 특별히 제작해서 방송했다. 미국의 보수 논객 글렌 벡과 빌 오렐리는는 현 상황과 이 책의 연관성 및 영향력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글렌 벡은 “내가 읽어본 가장 사악한 책이다. 하지만 피하지 말고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고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에서도 <반란의 조짐>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영어권 최대 서점인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 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르몽드>는 이 책을 두고 “권력이 이토록 두려워하는 책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평했다.


◇ “테러리즘은 코뮨주의에 대한 불신의 결과물”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부에서 저자들은 ‘자아’, ‘관계’, ‘노동’, ‘도시화’, ‘경제’, ‘환경’, ‘문명’ 등 현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일곱 개 동심원 구조를 제시, 분석하면서 병들고 인간성이 말살된 작금의 서구 문명을 비판, 이것이 왜 개혁될 수 없고 해체가 불가피한지 자세히 설명한다.
이들은 “마침내 우리는 깨달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경제 자체의 속성이 곧 위기라는 사실을. 일자리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노동이 남아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건 위기가 아니라 바로 성장이다”고 경제의 본질적 속성을 꿰뚫는다.
또한 “그토록 떠들썩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이 모든 ‘환경 재앙’도 어쩐지 별 감이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재앙이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것은 생태학이라 불리는 녹색자본주의”라 이야기 한다.
미디어가 “환경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중요한 세계적 문제이고, ‘글로벌’하게 조직된 자들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중을 세뇌하고 있지만 그자들이야 말로 재앙의 선두 진영을 담당해오던 집단들이며, 그저 로고 하나 살짝 바꾸는 최소한의 미봉책만으로 현재 상태를 고수하려는 자들이라 폭로한다.
책의 후반부는 주류 정치와 세계의 밖에서 힘을 기르는 코뮌 또는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수많은 개별 공동체의 형성과 이들 간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혁명 투쟁,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공격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모든 합법의 틀이 완전히 파괴된 것에 대해 합법적인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은 이미 쓸데없는 짓이고, 이런저런 시민단체나 극좌파의 막다른 처지에 동참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뭔가 다르게 정치를 해보겠다는 모든 의지는 오늘날 국가가 장착한 의족을 어중간하게 늘여놓은 결과밖에 내놓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혁명에 관해서는 “더 이상 파국을 예견하고, 그로 인하여 달가워 할 잠재적 결과들을 따져볼 때가 아니다. 그 시기가 언제이든 우리는 파국에 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봉기를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 그 세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반란의 가치에 모든 가능성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테러리즘을 획책’하고 있다는 평가는 틀렸다. 이 책은 오히려 “테러리즘은 코뮨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불신의 결과물”이라 설명한다. 이 책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투쟁들이 왜 전통적 좌파의 언어로 이해될 수 없는지를 보여주고,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투쟁의 방식이 어떻게 수렴하는지, 그리고 왜 거기에 코뮨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들은 “사실 구체적인 조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유연한 구조와 떠도는 험담, 무형의 서열이 특징인 각종 패거리 문화들이다”라며 기존의 조직형태를 비판한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진실에 대한 물타기 작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모든 패거리 문화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보이지 않는 위원회 지음·성귀수 역, 9800원, 여름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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