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숭례문, 원칙무시 복구 '재공사' 시급"

문화·라이프 / 서승아 / 2014-05-18 22:30:12
독립문·첨성대도 역시나

[토요경제=서승아 기자] 국보(國寶) 1호 숭례문이 복원 5개월 만에 단청이 훼손되고 목재에 균열이 생긴 것은 기본원칙을 무시한 복구작업 때문으로 일부 재시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숭례문 뿐만 아니라 독립문의 보수도 부실시공됐으며 국보 31호 첨성대는 매년 조금씩 기울고 있는데도 원인조사나 안전조치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총 93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밝혔다.이번 감사는 숭례문 부실복원과 관련한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문화재청과 서울·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9개 시·도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강경원 감사원 사회문화감사국장은 브리핑에서 “문화재청에서는 2008년 5월 전통기법과 도구를 사용해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숭례문 복구 기본원칙을 세웠지만 5개 공종 중 4개 공종(단청·기와·지반·철물)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단청공사에서 시험시공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복구자문단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5년의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홍창원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을 숭례문에 바로 적용했다.

결국 전통단청 시공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홍 단청장은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했고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몰래 섞어 사용함으로써 단청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홍 단청장은 값이 싼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단청에 물이 닿으면서 얼룩이 생기자 문화재청은 충분한 연구도 없이 인화성 물질인 테레빈유로 희석한 동유를 단청 전체에 발라 화재 위험성을 키웠다. 기와공사에서는 전통기와가 아닌 KS규격의 기와를 임의로 사용했다.

화재 전 숭례문의 기와규격은 암키와 490×370㎜, 수키와 440×220㎜였지만 시공이 번거롭다는 생산업체의 의견을 듣고 KS규격의 암키와(420×360㎜)와 수키와(360×180㎜)로 바꿔 올린 것이다. 숭례문 지반복원도 조선 중기 이후 높아진 지반을 모두 걷어내기로 하고도 시공편의를 위해 일부만 제거하는 바람에 화재 전 숭례문의 지반보다 9.7~29.9㎝ 높아졌다.

문화재청은 복구용 철물이 부족하자 경복궁에 보관 중이던 조선시대 철물(2만351점) 외에 현대철물(1만1965점)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숭례문 복구 사업관리를 부실하게 한 복구단 소속 공무원 5명의 징계를 요구하고 전체 공사비 154억원 중 21억원에 해당하는 단청과 지반, 기와를 재시공하라고 통보했다.


강 국장은 “현대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를 복원·수리한다는 것은 오염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최대한 원상에 가깝게 복원·복구를 해야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재시공 통보 이유를 설명했다. 감사원은 숭례문 단청의 경우 철저한 고증을 거쳐 합리적으로 재시공하고 지반은 남아있는 현대 지표층을 걷어내라고 통보했다.

기와는 화재 전 규격의 기와로 교체토록 했다.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판단한 홍 단청장에 대해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3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또 지난해 4월 서울 서대문구가 독립문 보존처리공사에서 자격이 없는 업체에 보수공사를 맡기고 녹물 및 백화현상 등으로 인한 오염이 그대로 남아있는데도 그대로 준공처리하는 등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의 부실시공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아울러 첨성대의 경우 매년 1㎜씩 기울고 있는데도 경주시가 근본적인 원인파악을 위한 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석재탈락 위험에 대해서도 안전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정밀구조안전진단 용역을 시행중이지만 첨성대가 기울고 있는 원인을 밝혀낼 지반상태 조사는 제외했다.

다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숭례문 복원과 관련한 신응수 대목장의 준경묘 금강송 바꿔치기나 국민기증목 유용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감사범위에서 제외했다. 논란이 됐던 숭례문 상층 기둥 목재 균열의 경우 지난해 11월 '숭례문 종합점검단'의 자체점검 결과 구조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으며 현재 정밀구조안전진단 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숭례문 기와의 겨울철 동파 가능성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12개 기와의 시험을 의뢰한 결과 운반과정에서 손상된 1개를 제외하고는 동파된 것이 없으며 한국산업표준 기준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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