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슈퍼 갑(甲)질’, 애물단지 고척돔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5-01-29 16:05:57
이익은 市가, 비용은 구단이, 피해는 시민이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국내 최초의 돔구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남권 야구장 ‘고척돔’이 다 짓기도 전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당초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하겠다던 고척돔 구장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며 서울시는 건설비용 회수를 위해 고척돔을 프로구단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그런데 하필 그 대상이 프로구단 중 가장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넥센히어로즈다.


지역연고제의 기틀이 잡혀가고 있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는 구단은 모두 3개 구단. 하지만 대기업이 모기업으로 있는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는 잠실구장에서 고척돔으로의 홈구장 변경을 거부한 상태다. 남아있는 카드는 가장 마지막으로 서울에 입성한 넥센 히어로즈.
고척돔 사용과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섰던 넥센 측은 만만치 않은 대관료와 운영권 주체 등의 문제에서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기존의 목동운동장 사용을 고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한야구협회와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한다는 협약을 맺으며 일일대관 형태로 목동구장을 사용하던 넥센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사실상 갑의 횡포다.
내 땅에 짓는 야구장은 내 맘대로!
고척돔은 지난 2006년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동대문 개발정책을 추진하며 야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거했고, 대체 구장으로 선정되며 건설에 들어갔다. 야구계는 부지선정 당시에도 반대의 뜻을 나타냈지만 서울시는 일방통행이었다.
대체 구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야구 인기가 높아지며 돔구장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자 하프돔에서 완전돔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500억 원 정도로 예상했던 건설비는 2500억 원으로 훌쩍 뛰었고, 연간 100억 원 수준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 비용을 회수하고 매년 100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잠실구장과 같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프로구단 강제 유치를 할당 하다시피 했다. 넥센이 서울시와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하자 목동구장의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며 압박했고,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넥센의 연고이전을 거론하자 뒤늦게 대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잠실구장으로 이미 야구장 수익 효과를 누린 서울시는 고척돔에 대한 운영권을 내줄 마음이 없다. 광고권을 비롯한 각종 임대권의 주체 자리를 포기할 마음이 없는 서울시와 달리 넥센은 이러한 상황에서 고척돔을 쓸 경우 구단 운영비조차 꾸려갈 수가 없다.
서울시는 넥센이 시민의 혈세 2500억 원이 투입된 돔 구장 사용에 대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련의 진행 과정에서 ‘슈퍼 갑’의 횡포를 부려놓고 이제 와서 혈세를 운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해결방안 없는 교통문제에 공수표 남발
운영권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 부지가 정해질 당시부터 야구계가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도심 외곽이라는 점과 교통문제였다. 특히 고척돔 인근의 교통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고척돔 앞을 지나는 경인로는 물론 옆을 지나는 서부간선도로, 뒤쪽으로 나있는 남부순환도로는 모두 대표적인 상습정체도로다.
서울시는 기존의 교통문제는 물론 고척돔으로 인해 더 심화될 교통문제도 해결하겠다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민들이 느끼는 공감대와는 동떨어져있다. 고척돔 주변의 서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도로는 도로를 복층으로 만들거나 안양천을 덮어버리지 않는 한 확충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서울시는 고척돔 앞의 경인로와 고척교만 넓히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서부간선도로에서는 바로 고척돔으로 빠지는 길을 만들어 연결하겠다며 교통문제 해결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 차고지의 운수 업체에 종사하는 택시 기사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야구장으로 빠지는 도로로 인해 서부간선도로에서 교차하는 차들로 체증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잠실구장에서 야구가 펼쳐지는 날 올림픽대로에서 잠실구장쪽으로 진입하는 차선 하나가 완전히 정체되는 부분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야구가 있는 날은 여의도에서 부천 초입까지 경인로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로 확충도 전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오히려 목동구장에서 인기 팀들의 경기 때 서부간선도로의 유일한 우회도로인 안양천로가 막히며 목동일대의 교통에도 영향을 미쳤던 점을 지적하며 야구장이 들어설 경우의 교통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비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역민 불편보다 야구장이 먼저
대중교통 역시 마찬가지다.
고척돔과 가장 가까운 구일역은 안양천철교 위에 뜬금없이 자리잡고 있다. ‘동양미래대학역’이라고 공식 명칭에 병기해 놓았지만 동양미래대학까지는 도보로 15분이나 가야한다. 직선거리로는 500미터도 안되지만 역 출구를 1개만 만들어놓은 까닭에 반대로 둘러 고척교를 건너가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고척돔구장 사용으로 반대쪽 출구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1995년 처음 운영된 후 20년 동안 지역민들의 불편호소에도 불구하고 단 1개의 출구만을 운영하던 구일역에 야구장 강제 사용을 위해 출구 하나를 더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태도가 지역민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서울시는 교통문제 해결을 자신하고 있지만 잠실구장 주차문제조차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시의 공수표를 쉽게 믿어주기는 힘들다.
결국 전임 시장의 단편적인 계획에 의해 추진된 고척돔은 공무원 특유의 탁상행정으로 이리저리 표류한 끝에 ‘서민 혈세’를 볼모로 프로 구단과 지역민에게 막대한 피해만 안긴 채 누군가에게 떠맡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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