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사실, 명백한 논거, 평범한 상식”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4-02 11:22:30
<상식> 출간

일반적으로 혁명은 상식과 무관하다. 상식은 일상적인 의미를 가지는 데 비해 혁명은 대규모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비일상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자”는 말이 가장 강력한 혁명의 구호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있었다. 토머스 페인이 이 책을 쓸 무렵 아메리카(미국)의 상황이 바로 그랬다.


인지세법과 보스턴 차 사건으로 영국과 아메리카 식민지가 최악의 관계에 달한 1775년, 페인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항의할 게 아닌, 아메리카를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미 그해 4월 렉싱턴과 콩코드에서 대규모 전투가 발발한 것을 기점으로 아메리카 독립전쟁은 시작된 상태였다.


그가 독립의 논거를 소책자로 정리해 1776년 1월 10일에 발간한 것이 바로 이 책 <상식>이다. 아메리카의 독립, 공화정의 수립은 당시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혁명적 사상이 분명하다. 이 책은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고 혁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독립해야 한다”거나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었다. 독립전쟁 직전만 해도 대부분의 아메리카 사람들은 왕을 부정하지도 독립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 영국 왕은 상원과 하원에 권력의 일부를 나누어 주어 당시에는 나름으로 이상적인 군주제로 평가되었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라는 조지 워싱턴도 1770년대 초까지 독립에 반대했고, 벤저민 프랭클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페인은 <상식>을 통해 그런 생각을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그는 군주제를 비판하고 “공화제만이 미국이 갈 길”이라고 주장하며 아메리카 독립전쟁을 혁명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페인은 “한 나라를 불과 칼로 황폐하게 만들고, 인류의 자연권에 선전포고 하고, 권리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을 지상에서 근절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당파적 입장과 무관하게 감정의 본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독립혁명은 ‘상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영국과의 화해를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논박, 독립에 따르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논증, 세습 군주제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 대의제에 따른 정치적 대표기관의 구성방법 등에 대해 사회계약론에 입각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영국이 아메리카를 지배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고, 독립과 민주주의의 수립이 상식이라고 최초로 주장, 그것을 달성시켰다. 영국의 입장에선 이 책 <상식>은 식민지를 의식화한 불온서적 중의 불온서적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최고의 것이라도 필요악이다. 최악은 참을 수 없는 정부다. 정부에 의해 괴롭힘 당하거나 고통을 겪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정부가 없는 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토머스 페인 저, 남경태 역, 8500원, 효형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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