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해체, 경제민주화 아니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3-26 11:50:01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출간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세 사람이 한국 경제 정밀 진단을 위해 지난 2005년 <쾌도난마 한국 경제> 이후 7년 만에 다시 뭉쳤다. 세 사람의 거침없는 직설이 재개된 것이다. 이들은 경제 현안에 대해 애매하거나 멈칫거리는 일 없이 명쾌한 해석과 처방을 내놓는다.


쾌도난마의 칼날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 영미식 자본주의, 그것도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이상화된 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으며 월스트리트를 지향하고 있다고 못을 박는다.


이른바 ‘재벌 개혁’, 심지어 ‘재벌 해체’를 요구하는 ‘경제 민주화’ 주장은 결국 ‘외국 투기 자본을 위한 잔칫상 차리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정리한다.


진보·보수 모두 ‘자본주의의 환상’에 빠져
문제의 본질은 금융자본 위한 ‘자유주의’
“재벌 해체 아닌 해악 막을 방법 논해야”


◇ 자유주의 환상에서 벗어나 본질을 보라
‘재벌 해체’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다. 이들은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을 떼 내 매각해도 결국은 GM 같은 다국적 기업,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 아니면 다른 재벌이 인수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의 해악을 막을 방법을 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의 문어발 경영을 욕할게 아니라 “이러한 문어발 경영이 지금의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만들어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점과 문제점을 함께 보며 장점은 키우고 문제점은 고쳐야지, 무조건 대기업은 나쁘고 재벌은 더 나쁘다고만 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들 세 사람이 보기에 모든 문제는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는 시장주의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막연히 자유에 집착하다 보니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신자유주의는 나쁘지만 자유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자유주의에 대한 환상’이 있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을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자’ 혹은 ‘합리적 자유주의자’라고 한다. 일부는 진보적 자유주의자, 사회적 자유주의자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노동자·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금융 자본을 위한 정책이다. 민주화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립과 분노에 가득 차 있다. 이렇듯 힘겨루기와 감정에 치우치면 문제의 본질은 묻히고 말 것이다. 여야가 내놓는 대안 모두 신자유주의적 요소를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미래를 결정하는 변곡점이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10년, 50년 뒤의 우리 모습이 결정된다. 결정을 앞둔 우리에게 가능한 선택지와 선택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외 저, 1만4900원,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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