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배우는 웃겨야 산다

문화·라이프 / 장해리 / 2007-05-18 00:00:00
‘못 말리는 결혼’-코미디가 익숙해진 중견배우

‘스파이더맨3’가 국내 영화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김수미, 임채무 주연의 코미디영화 ‘못 말리는 결혼’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화려한 액션과 최첨단 C.G로 볼거리가 많은 ‘스파이더맨’의 개봉에 긴장하며 잔뜩 쫄아(?)있던 영화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김수미표 웃음을 내세운 ‘못 말리는 결혼’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

그녀의 거친 입담과 욕설, 매 장면마다 터지는 김수미만의 애드리브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코드를 자극한다.

그녀가 연기하는 강남 졸부인 ‘심말년’은 해외 명품으로 치장하고 어깨 넘어 배운 영어를 아는 척하느라 힘들다. 심지어 아들 여자친구인 유진 앞에서 딸과 함께 되지도 않는 억지불어를 말하며 고상하고 유식한 척 하느라 정신없다.

그녀와 짝을 이룬 왕년의 멜로스타 임채무 또한 웃음요인 중 하나. 벼루를 지극히 사랑하며 전통가옥에서 사는 그는 그 유명한 아이스크림 CF를 그대로 패러디 하고, 특유의 느끼한 목소리로 성우 흉내를 내기도 한다.

가장 압권인 장면은 이 둘이 키스하는 장면. 청춘 남녀의 키스만큼 아름답진 않지만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요즘은 이들처럼 사람들을 웃겨주는 중견배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그동안 그는 브라운관을 통해 지체 높은 양반이나 인자하신 선생님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자를 훈계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던 그는 ‘야동순재’로 거듭났다. 야동을 몰래 보다 들킨 이순재에게 네티즌이 붙여준 별명. 이제 사람들은 그의 이름보다 ‘야동순재’를 더 많이 안다.

김수미처럼 중견배우의 코미디가 먹히자 여기저기서 중견배우를 내세운 코미디가 나온다. 그들이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손자뻘 되는 팬들을 웃겨야 한다.

보통 주인공 자리는 예쁘고 잘생긴 젊은 배우들이 차지한다. 10~20대가 주가 되는 연예시장에서 중견배우는 한낱 조연에 불과하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 중견배우도 나이를 불문하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따라서 중견배우들이 웃음을 주는 연기를 나무랄 순 없다.

다만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코미디에 치중한 그들의 수십 년의 연기내공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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