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 직전에 키스할래요"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12-03-19 13:55:26
제작비 때문 6년 만에 개봉…韓 최초로‘지구멸망’ 다뤄

[온라인팀] 김지운(38) 임필성(40) 감독이 바라본 지구멸망의 3가지 징후를 담은 영화 ‘인류멸망 보고서’가 6년 만에 개봉한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이 영화가 6년 전에 기획됐는데 개봉이 안 돼 포기했었다. 당시는 재미있는 기획 콘셉트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제작에 들어가던 시절이다. 당시 SF영화가 하고 싶었고 좋은 콘셉트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찍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영화를 다 찍고 났는데 제작비가 스톱이 됐다”고 전했다.


‘인류멸망보고서’는 욕망만을 좇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인류에게 섬뜩하고 우스운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멋진 신세계’, 피조물인 로봇을 통해 성찰하는 멸망의 징후 ‘천상의 피조물’, 멸망도 부활도 모두 인류로부터 시작된다는 가정 아래 다시 태어날 인류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해피 버스데이’ 등 3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제작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김지운 감독, 김규리, 진지희, 송새벽, 임필성 감독, 고준희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피조물인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게 되는 ‘천상의 피조물’을 연출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미래,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제조사 UR은 RU-4를 해체를 결정하지만 그를 ‘인명 스님’으로 부르며 숭배하는 승려들이 반대한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SF를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미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생각, 또 감독의 독자적인 상상력을 넣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SF에 욕심이 생겼다”


김 감독은 “함께 작업한 임필성 감독과 투자사 때문에 개봉하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고마워했다.


깨달음을 얻은 로봇 ‘RU-4’와 그의 파괴를 명한 회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로봇 엔지니어 ‘박도원’ 김강우(34), ‘RU-4’의 파기를 명하는 제조업체 총수 ‘강 회장’ 송영창(54), ‘UR’에 맞서 인명을 지키려는 ‘혜주보살’ 김규리(33), ‘RU-4 인명’의 목소리를 연기한 박해일(35)이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로봇 목소리로 평온한 상태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특히 ‘인명’은 차분하게 적셔가는 목소리였으면 해서 박해일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임필성 감독이 박해일과 친분이 있어 부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필성 감독은 음식물 쓰레기가 잘못 재생돼 생긴 바이러스로 좀비를 생산한다는 내용의 ‘멋진 신세계’와 ‘내일 멸망이 닥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인류에게 보내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해피 버스데이’를 연출했다.


6년 전 ‘멋진 신세계’로 스크린에 데뷔한 고준희(27)는 “스물한살 때 이 영화를 촬영했다. 이 영화가 첫 영화였는데 감독이 긴장감을 풀어준다고 첫 크랭크인 날 키스신을 넣어줬다. 키스신 이외에도 촬영하는 내내 즐겁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특히 좀비 분장을 할 때 류승범 오빠는 흰색 서클렌즈, 나는 온 눈동자가 까맣게 나오는 렌즈를 착용했는데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예뻤던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해피 버스데이’에서 멸망 이후 가족의 도피처가 된 지하 방주의 설계자 역을 맡은 송새벽(33)은 외골수로봇 엔지니어다. “개인적으로 오타쿠적인 부분이 나와 닮아있다. 영화처럼 잘 안 씻고 하지는 않는다. 집요한 점보다는 순수한 점이 나와 닮은 것 같다. 촬영을 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혜주 보살’을 연기한 김규리(33)가 인류 멸망 전 하고싶은 일로 ‘키스’를 손꼽았다.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평소 심각한 편인데 지구가 멸망한다면 조금은 단순해져도 될 것 같다. 집 문을 박차고 나가서 첫 번째 보이는 남자에게 키스를 하고 싶다. 연애를 너무 못해 멸망 전에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의 사회를 본 팝칼럼니스트 김태훈(43)은 “김규리씨 주소를 좀 알려 달라. 내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3개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천상의 피조물’을 연출한 김지운(48) 감독은 “인류가 멸망하기 전 첫사랑을 찾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김규리가 말하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첫사랑을 찾기가 갑자기 귀찮아져서 김규리 집 앞에 가 있기로 했다”며 화제를 이어갔다.


‘멋진 신세계’에서 류승범(32)과 키스하는 바람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김유민’을 연기한 고준희(27)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사랑하는 남자와 보내고 싶다. 아직은 멸망하지 않았지만 그 때까지는 꼭 만들고 싶다”고 역시 이성에게로 쏠렸다.


‘해피 버스데이’의 오타쿠 로봇 엔지니어 ‘민서 삼촌’ 송새벽(33)은 “지구 종말은 전부터 꾸준히 다뤄진 얘기다. 언젠가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갔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사뭇 진지하게 답했다.


‘멋진 신세계’와 ‘해피 버스데이’를 연출한 임필성(40) 감독은 “어떻게 해도 바뀔 수 없는 현실이라면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기보다는 집에서 편하게 쉬며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답을 내놓았다.


‘인류멸망보고서’는 한국 영화 최초로 ‘멸망’의 화두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인류에게 멸망이 다가오는 3가지 징후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이 작품은 4월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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