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곡하고 은폐한 권력의 뿌리는 누구인가?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3-02-21 17:14:17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이주한 저, 1만5천원, 역사의아침
[토요경제] 1945년 조선총독부는 해체됐지만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는 한국 주류 역사학계로 승계됐다. 이후 독립운동가가 친일파의 손에 청산되면서 한국사 원형과 진실은 일제의 지배논리에 맞게 변형됐다.


조선사편수회가 날조하고 왜곡한 역사는 이른바 ‘실증주의’로 치장됐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한 독립운동가의 과학적 역사학은 ‘신념이 앞선 관념론’, ‘국수주의’로 전락했다.


이 책은 조선사편수회가 확립한 식민사관을 지난 100여 년간 모든 것을 동원해 사수해온 주류 역사학계의 ‘정설’을 파헤치고, 그 역사적 뿌리와 맥락, 현실과 구조를 명징하게 드러내 논증하기 위해 쓴 식민사학 추적 보고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100년 동안 한국사를 지배한 역사 권력의 실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지금껏 학습해온 한국사를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광복 후 68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조선사편수회가 창안한 식민사관은 단 한 번도 종합적으로 검토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조선사편수회에서 한국사를 날조한 쓰다 소키치, 이마니시 류 등 일제 사학자들과 이병도가 한국 주류 역사학계를 장악한 결과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출신 학자들이 만든 학문 권력은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등 국민의 혈세를 받는 기관에도 영향을 미쳤고, 일본과 중국의 극우세력에게 유리한 논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저자는 한국사의 태두인 이병도의 친일 행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고발하고 있다.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우리 역사를 조작한 이병도의 학설은 그의 제자들에게 이어졌으며, 결국 우리 스스로 주체적 관점을 갖고 역사를 바라볼 힘을 빼앗아버렸다.


이러한 식민주의 역사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한국사관을 세우기 위해 이 책은 누가, 왜, 어떻게, 언제부터 부조리한 원칙과 풍토를 만들었는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또한 훼손된 역사를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는 작업 역시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에서 새 고구려비가 발굴됐다. 중국은 “고구려는 동북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고 주장한 동북공정 역사학자를 이 비석의 연구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 고대사를 두고 중국은 호시탐탐 자국의 입장에 유리한 증거를 발굴하고 왜곡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역사를 지키고 보존해야 할 동북아역사재단이나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터무니없는 중국의 주장에도 그 어떤 조치나 대책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영토 분쟁 중심에 있는 우리 고대사 문제를 가장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병도의 잘못된 역사관을 이어받은 주류 역사학계는 고조선 개국을 단지 신화적 차원에서 단정하고, 건국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에 한사군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왜곡, 지배당한 역사로 치부한다. 게다가 ‘삼국사기’초기 기록이나 ‘삼국유사’에 나온 고조선 신화마저 위작이라고 매도한다.


이에 저자는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연구하고 이끌어가야 할 주류 역사학자들은 한국고대사 관련 문헌사료가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역사학자들을 ‘재야사학’, ‘국수주의’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역사 고증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맹렬하게 비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랜 역사를 통해 단군을 건국 시조로 인식해온 우리 민족주의 운동의 전통은 4ㆍ19혁명, 광주 5월 항쟁,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특히 신채호와 김구의 민족주의는 다른 민족을 억압하거나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형제처럼 지내며, 타민족과 화합하고 이상적인 국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한국을 영구 통치해야 했던 일제는 이들의 민족주의를 강하게 부정하고 억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광복 후 식민사관을 없앨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는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의 발족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정권의 기반을 친일파에 둔 이상, 민중이 바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거꾸로 친일파의 손에 의해 독립운동가들이 청산되고 말았다.


한ㆍ중ㆍ일의 영토 분쟁이나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관을 찾아나서야 한다.


저자는 역사를 바꾸는 일은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이 땅을 지켜온 민중의 몫이었다고 말하며, 우리가 시도한 발상의 전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우리의 사고와 의식, 일상을 지배하는 가치를 각자의 영역에서 문제제기하고 새로운 꿈을 찾아 연대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고 재촉한다. 저자의 말처럼 “왜곡된 기억을 거부하고 전혀 새로운 상상력을 발동해 민중이 주역이 되는 경이로운 역사”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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