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험가입 신용도 평가 논란

산업 / 이호영 / 2007-01-05 00:00:00
"내 돈 내고 가입하는데…" 시민단체·네티즌 부정적 여론 확산

삼성생명에 이어 가장 적극적으로 사망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보험계약심사(언더라이팅) 시 개인의 신용등급 반영 의지를 보였던 금호생명이 1일 전면적으로 방침을 철회했다. 같은 방안을 추진중이던 교보생명과 알리안츠생명 등도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다.

금호생명의 경우 보험가입액(사망 보험금 기준) 10등급 3천만원, 9등급 5천만원, 8등급 1억원으로 제한하는 방침을 늦어도 6월 경에는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소외 계층 보험가입 제한을 두고 여론이 비등하자 전격 철회키로 한 것.

지난해 8월 16일부터 삼성생명이 사망보험가입 시 10등급 신용자의 보험가입 금액을 최고 300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한 이후 도의적 차원의 논란이 지속돼 왔다.

당초 삼성생명은 지난해 5월부터 최하 신용등급인 10등급의 경우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8등급과 9등급에는 보험가입 금액을 제한키로 했으나 부정적 여론에 밀려 다소 완화된 방안을 시행하게 됐다.

삼성생명이 신용 등급 방안을 시행했을 당시, 다음(daum) 토론장에서는 “대출받는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보험 가입하겠다는 것조차 안 된다니 이런 인식이 안타깝다(아이디 얼음공주)”, “내 돈 열심히 내고 내가 들겠다는데 대출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인간의 기본권마저 빼앗나(아이디 파트라)” “보험료를 깎아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보험 들겠다는데 왜 안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아이디 이제 시작이다)”는 등 가입 제한 방침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보험소비자연맹이나 민노당에서도 성명을 통해 “보험의 공익성이라는 생명 보험의 근본 취지를 외면한 생명보험사들은 전체 하위 신용 등급자들을 ‘범죄자’로 여긴 것임을 반성하고,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국신용정보(NICE)의 2006년도 1분기 개인 신용 10등급인 사람은 197만3874명으로, 한국신용정보가 제시한 10등급은 개인파산·개인회생·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물론 금융회사에 석 달이상 연체 중인 사람이 모두 해당된다. 1등급~4등급은 우량한 신용 상태, 5등급~6등급은 장기연체가 없는 경우로 보통 수준, 8등급은 단기 연체가 많아 신용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신용등급으로 신용도를 매겨 보험 가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생보사들이 제한하려는 하위의 신용 등급인 10등급은 3개월만 이자율이 연체돼도 해당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10등급은 보통의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언제든지 직면할 수 있는 신용도라는 설명이다. 또한 생보사의 이같은 방안들은 일시적 신용 불량자의 경우도 제외하고 있지 않아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보험 역할과 관련, 논란에 불을 당겨 온 것.

한편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험상품 판매 여부는 보험사 고유 권한이므로 금융채무불이행자 등에게 보험 상품을 제한하는 것은 법령이나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월간 생명보험' 4월호 기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의 등급을 적용할 경우 신용 등급이 10등급에 가까울수록 보험계약 기간 1년 이내에 보험금 지급이 집중됐다는 점과 보험사기 관련자의 51%가 신용등급 8∼10등급이었음을 근거로써 삼성생명 이하 여타 생보사들도 잇따라 신용 등급을 반영할 태세였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일반화된 조사인지,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고 타당성이 있는 통계 수치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자동차 보험 등에서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해 가입 심사를 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개인의 재정적인 안정도와 관련 리스크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자료가 아니라 단순히 추정치에 불과한 데이터”라며 “생보사들이 만약에 이렇듯 불완전한 근거로 사회 안전망인 보험의 공익성을 무시한 처사를 향후 강행한다면 보험 가입 거부 운동 등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나 신용도를 반영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통해 좋은 점은 일부 참고 자료로 삼는 것은 무방할지 몰라도 전면적 도입의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사회보장 제도가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보험의 공익성’을 놓고 분분한 논란에 대응해 보험사들이 하위 신용 등급자에 대해 가입 제한을 두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 정도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보험료 납부 능력이 떨어져 중도 해약할 경우 저 신용자는 이미 낸 보험료보다 적은 환급액을 받게 돼 계약자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진다는 것, 그리고 보험금을 타기 위한 보험 사기나 자살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 보험 범죄나 사고 가능성을 부추긴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보험업계가 신용 등급 반영을 주장하며 제시했던 보험사기 예방이나 하위 신용등급자의 보험가입과 보험사 손해율과의 악화 관계나, 그것이 가입 제한 조치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또한 생보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서 관련 법과 관련, 신용등급과 보험금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차별을 금지하는 보험업법,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차별해 취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23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 조건을 들지 못하도록 한 소비자보호법 15조, 신용 정보법 등 관련 법령 취지와 관련해서 위반 여부가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이와 관련 “언더라이팅 기준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관련 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보험료율과 언더라이팅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도록 명시된 보험업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같은 지적을 감안해 법률적 검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계약 관계에서 신용등급을 어느 정도 취급하는지 일일이 확인해보기 전에는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 금호생명 외에도 알리안츠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PCA생명, 동양생명, 대한생명 등이 대부분 어린이보험이나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은 신용 등급 반영 논의에서 제외하고 있다. 2년 간 보험 계약을 유지한 고객이나 보험료 일시납ㆍ연납ㆍ선납자 등도 제외키로 하고 사망 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또 푸르덴셜 및 ING생명도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자체 심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금호생명의 철회 조치로 인해 이들 업체 대부분은 신용도 반영 시행이 불투명해졌고, 좀더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하위 신용등급자의 보험가입액을 제한하는 대신, 신용등급이 1~2등급으로 우수한 신용자의 경우 보험가입 한도를 현행 20억원보다 10~30% 정도 많은 22억~26억원으로 높일 계획이었던 대한 생명만이 본래 계획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신용 우수자에게 혜택을 주는 계획 등은 일부에 불과한 움직임일 뿐”이라며 “금호생명의 철회 이후 소비자들도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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