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지 사태, 한국리듬체조 문제 드러나

문화·라이프 / 최양수 / 2011-10-17 08:50:49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최근 한국리듬체조는 신수지(20·세종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2위를 기록했고, 손연재(17·세종고)가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세계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중심권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신수지가 전국체전 경기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며 그동안 음지에 묻혀있던 한국리듬체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번에 발생한 ‘신수지 사태’에 대해 알아보자.


◇전광판과 기록지 기록 달라 의혹 제기

신수지가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심판에 독설을 퍼부었다. 신수지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더러운 X들아. 그딴 식으로 살지 마라. 이렇게 더럽게 굴어서 리듬체조가 발전을 못하는거다”고 극단적인 표현의 글을 올렸다. 신수지는 이날 김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92회 전국체전 리듬체조 여자일반부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신수지는 전국체전 채점 과정에서 점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기 판정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폭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체전에서 신수지는 리본(25.300점)-곤봉(25.150점)-볼(25.375점)-후프(25.400점) 합계 101.225점을 얻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김윤희(20·세종대)는 리본(23.350점)-곤봉(25.600점)-볼(25.175점)-후프(25.425점) 합계 101.550점을 기록해 근소한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자신의 은퇴무대를 전국체전 6연패로 장식하겠다는 꿈도 사라지게 됐다.
신수지는 모든 부문에서 김윤희에게 앞섰지만, 곤봉에서 밀렸다. 하지만 채점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선수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자 일반부 순위 발표가 경기 종료 후 30분이 훨씬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다. 마지막 곤봉 채점 결과가 전광판에 뜨지 않았고, 결국 늦게 발표된 최종 합계에서 신수지가 김윤희에게 밀린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광판과 공식기록지의 기록마저 서로 달라 의혹이 제기됐다.
우승을 확신하고 있던 신수지는 이상한 채점 과정과 대회 운영에 격노해 눈물을 쏟았고, 그날 밤에 홈페이지에 자신의 심정을 담은 글을 가감 없이 올렸다. 이 글이 일파만파 퍼지자 신수지는 현재 자신의 글을 삭제해 놓은 상태다.
이후 사흘만에 신수지는 소속사 세마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과격한 표현의 글을 작성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공식 입장을 통해 협회, 심판의 개선 조치를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신수지의 바람대로 앞으로 채점방식, 전광판 발표, 대회 운영 등 문제가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날로그적 시스템 사태 키워

신수지는 체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신수지의 판정 의혹에 대해 대한체조협회 측은 ‘점수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전광판 문제가 발생한 점은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로 심판 점수의 오류는 없었다. 리듬체조에서 점수 조작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1,2위에 오른 김윤희와 신수지의 점수는 먼저 나왔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3위부터 5위에 오른 선수들의 점수 확인을 위해 순위 공개가 늦어졌다”라고 점수가 늦게 나온 원인은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서 음지에 숨어있던 한국 리듬체조의 문제가 드러났다.
리듬체조는 연기를 마친 선수와 코치, 그리고 관중들에게 점수를 공개한다. 경기를 마친 선수는 전광판에 표시된 자신의 점수를 알게 된다. 리듬체조의 특성상 심판들의 채점으로 승부로 가려지가 때문에 경기에 대한 평가는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심판들의 수작업으로 작성된 기록지와 전광판에서 나타난 점수가 달랐다. 김윤희의 후프 점수가 전광판에는 25.130점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기록지의 점수는 25.425점이었다. 그리고 김윤희의 마지막 종목인 곤봉 점수는 전광판에 나오지 않았으며, 최종 순위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공개했다. 이로 인해 판정 의혹이 일어났다. 대한체조협회 측은 “경기도 협회에서 나온 사람이 심판진을 거친 최종 점수를 전광판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키우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리듬체조의 채점 방식이 심판들이 직접 기록지에 쓰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규모가 큰 국제대회에서는 채점 방식이 디지털로 처리되지만 국내대회에서는 수작업으로 채점하고 있다. 한국은 12명의 심판들이 일일이 기록한 기록지를 작성하고 있다. 채점을 한 기록지는 심판들의 사인을 거쳐 기록실의 검토를 거치고 난 후 기술위원장의 최종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이런 아날로그적 시스템의 작업 방식은 많은 시간을 소요하므로 채점오류, 판정의혹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대한체조협회는 전국체전에서 점수를 다시 검토하는 과정이 수작업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작업 채점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한국 리듬체조의 발전과 점수의 공정성, 그리고 채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선 국제 대회에서처럼 디지털 채점 방식의 채택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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