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흡연자는 ‘봉’이 아니다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4-06-20 16:39:59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지난달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이날은 WHO가 ‘연기 없는 사회(Smoke Free Society)’ 조성을 목표로 1987년 5월 총회에서 결의한 날이었다.


WHO는 이날 ‘모든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여 국민이 금연하도록 할 것’, ‘담배 판매자에게 당일 모든 담배 제품의 판매를 자숙하도록 지도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연의 날을 맞아 전국의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는 대대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등 금연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성흡연율이 49%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높은 흡연율로 WHO는 우리나라에 담뱃세 인상을 권고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으로서 WHO의 제안을 받아들여 담뱃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가상승을 우려해 그 동안 담뱃값 인상을 꺼리던 기획재정부도 부족한 세수를 늘리는 차원에서 담뱃값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물가연동 담뱃값 인상안을 제출을 할 예정이며, 복지부에서도 흡연경고 그림을 담뱃갑에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법제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산 담뱃값은 2500원으로 2004년 이후로 추가적인 가격 변동이 없었다. 이에 복지부는 10년간 가격이 묶인 것을 사실상 가격하락으로 보고 적어도 1000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정말 ‘금연’을 위한 담뱃값 인상을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세밀하고 투명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칫 국민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항상 담뱃값 인상에 담뱃값 세계 최고 노르웨이를 들지만 우리보다 담뱃값이 3배가량 비싼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흡연율은 비슷하다. 또 우리와 담뱃값이 비슷한 멕시코의 흡연율은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절반도 안 된다. 비교 대상을 선진국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다.


몇 해 전 일본에서는 담배값을 30% 넘게 인상했지만 오히려 흡연율이 1% 상승한 일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정부가 참고할 자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담배값의 가격 탄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담뱃세 인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담배값의 가격 탄련성이었다. 담뱃값을 올리면 수요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조사한 담배의 가격 탄력성은 -0.25~0.5정도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흡연율이 떨어질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줄지 않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이 AC닐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개월간의 탄력성이 -0.1로 다소 수요가 줄어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에 불과한 것이다. 담배는 중독성 강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담배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것을 아는지 이번에는 담배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담뱃세는 분명 흡연자들이 부담해야할 세금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들을 그저 세금걷기 쉬운 ‘봉’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흡연자가 된 것은 어쩌면 전매 사업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담배 홍보에 열을 올린 정부 아닌가. 또 정부가 주장하는 수익자와 원인자의 세금 부담 원칙에도 어찌된 일인지 담뱃세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 갑 당 354원씩 걷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국민건강생활을 위한 것 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거나 일반 회계 사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흡연자들도 담뱃세를 걷어 들이는 것에 이젠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이 돈을 진정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담배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쓴다면 흡연자들의 조세조항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흡연자는 더 이상 세금 내는 ‘봉’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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