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배우라고 할 수 없어”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3-02-14 16:03:15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오달수’

▲ 영화 ‘7번방의 선물’에 출연한 배우 오달수.
영화배우 오달수(45)는 그 동안 수많은 한국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2011년부터만 봐도 약 479명을 모은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약 1300만명을 기록한 범죄 액션 ‘도둑들’(2012), 약 165만명을 들인 ‘공모자들’(2012) 등 히트작뿐 아니라 액션 ‘푸른소금’(2011), 스릴러 ‘헤드’(2011), 액션 ‘R2B: 리턴 투 베이스’(2012), 휴먼 드라마 ‘미운오리새끼’(2012), 코믹 액션 ‘자칼이 온다’(2012) 등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남다른 개성을 자랑한 영화들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오달수는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다시 한번 그의 존재감을 톡톡히 심어주고 있다.


‘7번방의 선물’에서 주연은 오달수(45)가 아닌 류승룡(43)이다. 오달수는 방장 ‘소양호’로 이번에도 조연이다. 방장이라 해도 비중은 김정태(41)나 박원상(43), 정만식(39)보다 두드러지지 않는다. 어쩌면 특별출연한 정진영(49)보다 낮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달수는 이환경 감독을 돕고 싶어서 비중이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인 박종원(53) 감독의 ‘송어’(1999) 조감독 출신인 이환경(43) 감독은 ‘그놈은 멋있었다’(2004), ‘각설탕’(2006) 등으로 호성적을 거뒀으나 준비하던 후속작의 메가폰을 타의에 의해 놓치고 말았다.


이후 절치부심, ‘챔프’(2011)를 내놓았으나 호평과 달리 흥행에는 실패했다. 2008년부터 틈틈이 써오던 시나리오로 선보인 재기작이 ‘7번방의 선물’이다.


오달수는 “이 감독은 정말 참하고 곱고 착하다”라며 “이런 사람한테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모든지 돕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달수는 ‘7번방의 선물’을 선택한 계기를 “마음이 동했다”며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마음을 당기는 것을 선택한다. 울리든지 웃기든지, 기쁘든지 슬프든지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관객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양호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교도소 방장이 사실은 낫 놓고도 기역자를 모르는 일자무식이라는 입체적인 면도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 “진짜 배우 되고 싶다”


류승룡을 비롯해 정진영,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김기천(56) 등 함께 한 배우들은 연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다. 첫 원톱 주연을 맡은 류승룡이 그들을 두고 “절벽이나 낭떠러지에 서있는데 그 밑에 촘촘한 그물처럼 튼튼한 안전장치가 돼 있어서 편하게 몸을 던지면 됐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오달수는 모든 것을 류승룡의 공으로 돌린다. 오달수는 “(류)승룡이의 겸손이다. 승룡이가 용구를 그렇게까지 만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 놀랐다. 승룡이가 만들어온 용구를 보면서 ‘아, 이제 됐구나’ 싶었다”며 “용구라는 캐릭터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배우의 욕심을 적당히 눌러가면서 리얼하게 해야 하는, 그래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역할인데 승룡이는 해냈다”고 류승룡을 칭찬했다.


이렇게 류승룡을 격찬하는 오달수이지만 ‘뛰어난 연기력’ 하면 오달수도 빠질 수 없다. 이에 오달수는 “부끄럽다. 그동안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다 복이고,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전혀 그렇지 않은 캐릭터인데 제가 만들어냈다기보다 저는 그저 대본에 충실했을 뿐이다. 감사하기도 하고, 재수 좋은 놈이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그런 수식어는 그만 붙이셨으면 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명품배우, 연기파 배우…, 다 필요 없다. 그냥 배우라고 불려지는 것이 좋다. 배우라고 불릴 수 있다면 최고로 좋을 것”이라며 “배우(俳優)의 배(俳)는 ‘사람 인(人)’ 변에 ‘아닐 비(非)’를 쓴다. 사람이 아닌 것, 사람이 함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진짜 배우라 불리는 것은 정말 힘들다. 저같은 사람은 그냥 연기자라고 해야지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죽기 전에 진짜 배우가 됐다고 선언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오달수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덕목은 무엇일까. 그는 “첫 번째는 상대 배우의 연기를 잘 받아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설득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상대 배우를 설득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며 “이처럼 잘 받아주고 제대로 설득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인데 늘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 “딸이 배우가 되는 것은 반대”


오달수는 항상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지만 영화계 사람들의 입을 빌리면 그는 과할 정도로 덕목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이환경 감독은 “보통 자신의 신이 끝난 뒤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 리액션을 열심히 해주는 배우만 해도 좋은 배우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런데 오 선배는 그 이상”이라며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신에서 자신이 지나가는 사람이었다고 하면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지 않는데도 일부러 다시 지나가서 다른 배우들이 좀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지금까지 그런 배우는 처음 봤다”고 치켜세웠다.


천생 배우같아 보이는 오달수는 사실 연기 전공자가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꿈도 꾸지 않았다. 대학도 미대(동의대 공업디자인)를 다녔다. 대학 시절 연극 팸플릿 등을 만드는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소극장에 배달을 다니다 ‘수공예처럼 창조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면서 비로소 연기에 입문했다.


2003년 박찬욱(50)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에 의해 이가 뽑히는 ‘철웅’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릴 때까지 10년 넘게 배고프고 추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토록 좋아하는 연기지만 올해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딸이 연기를 하는 것은 반대다. 오달수는 “힘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제가 살아있는 한 연기를 못하게 할 것”이라며 “어렸을 때 제 딸이 아빠처럼 연기를 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기에 그런 꿈을 꾸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커서 또 연기를 하겠다고 하면 또 뜯어말릴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단호하고 무서운 아빠같지만 딸에 대한 사랑은 어느 아빠와 다르지 않다. ‘7번방의 선물’은 관객들에게 가족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오달수 또한 ‘7번방의 선물’을 계기로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용구처럼 딸을 가진 아빠로서 딸에게 좀 더 잘해줘야겠구나 생각했다”며 “사실 무뚝뚝한 아빠라서 딸과 전화도 잘 안 하는데 앞으로는 전화도 자주 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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