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코레일 “막가자는 거지요?”

문화·라이프 / 양혁진 / 2013-01-25 16:58:00
국토부, 코레일 직원 국고 횡령 고발

▲ 철도 민영화를 둘러싸고 국토부와 코레일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토요경제=양혁진 기자]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의 날선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관제권 회수, 방만경영 폭로 등 잇단 융단폭격을 퍼부은 국토부가 이번에는 2000억원대 국고 횡령문제를 들고 나온 것. 15명의 코레일 직원에 대해 이미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한 상태다. 민영화를 둘러싼 해묵은 샅바싸움이 그 정도가 넘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국토부 재심은 물론 감사원 심사청구까지 진행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 이전투구식 공방전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07∼2011년 일반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하면서 모두 9870억원의 국고를 지급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8112억원을 사업비 목적 외에 부당하게 사용한 뒤 이 중 5886억원만 반납해 결과적으로 2226억원을 횡령했다는 게 지난 감사 결과다.


이와 함께 코레일이 자체자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각종 유지보수사업비, 직원퇴직금, 상수도 요금을 국고금에서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법 부당하게 집행한 2236억원의 국고금을 환수할 것”이라며 “코레일이 위탁사업 외의 목적에는 사용할 수 없는 국고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임의 사용한 것은 횡령”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코레일측은 “사업비 집행에 대해서는 매년 공인 회계기관의 검증을 거쳐 국토부와 정산을 하고 있다”며 “정산결과는 코레일이 사업비를 정상적으로 집행했음을 국토부가 승인한 것인데, 수천억원을 횡령했다는 주장은 스스로 정산방법에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역공했다.


이어 “한두 푼도 아니고 감사 한번에 들통 날 횡령을 대놓고 저질렀을 리 없지 않느냐” 며 “감사원 감사청구를 진행해 횡령 사실이 없음을 증명 받겠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에 따르면 일반적인 재무회계시스템은 1개 전표처리시 1개의 계좌에서만 자금이 지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유지보수 사업비는 국고 30%, 코레일 70%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 시스템에서 정부와 코레일 2개의 계좌에서 동시에 자금 지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나의 계좌에서 한꺼번에 모든 사업비를 선 지출하고 사후 7 대 3 비율만큼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체 운영된 자금을 횡령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 자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직원 퇴직금, 상수도 요금 등을 국고에서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표처리자의 단순실수로 인한 일부 오집행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인회계기관 검증을 통해 2007∼2009년분은 국토부와 정산이 끝났고 2010~2011년은 정산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 새 정부에 ‘민영화’ 드라이브?
국토부와 코레일간 갈등은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해묵은 힘겨루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토부는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서비스가 개선되고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코레일은 민영화로 인해 민간사업자만 배불리고 국민은 요금인상에 직면할 것이라고 맞서왔다.


국토부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수익성이다. 출범이후 7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손실 10조원을 기록중이다. 적자의 주요인으로는 인건비의 대폭 증가를 꼽는다. 코레일 인건비는 적자와 부채가 지속증가함에도 2010년 대비 1000억원이 증가, 종업원 3만명에 1인당 평균인건비가 6700만원 수준이다.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의 경우 2005년 공사설립시 총 3조원 영업부채 탕감 및 공사경영지원비 4조원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했음에도 부채가 6년 동안 5조원 증가했다”며 “현 독점구조 유지시 운영자와 시설관리자 모두 누적부채로 동반 부실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코레일 인건비 증가율은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에 비해 낮고 준정부기관과 비교에서도 하위 수준이며, 비수익 노선인 일반철도 적자를 고속철도 수입으로 보전해 운영하는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수서발 KTX 민간사업자 선정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양측의 신경전은 국토부가 한 때 유보입장을 보이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선로배분권과 역사소유권 회수에 이어 최근 관제권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재차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따라서 국토부의 이번 감사결과 발표는 정권이 바뀌기 전 철도 경쟁체제 도입 문제를 어떻게든 새 정부의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사표시로도 읽힌다. 지난 13일 국토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쟁체제 도입의 당위성과 민간업체 선정의 구체적인 시기 등을 보고 했지만 인수위의 반응은 신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사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진 박근혜 당선자에게 경쟁체제도입은 당장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 철도 민영화 반대 여론이 형성돼 있는데다 지난해 ‘수서발KTX’ 민영화 논란을 지켜본 박근혜 당선자가 민영화에 선뜻 손을 들고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자는 비대위 시절부터 철도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박 후보는 지난 4월 KTX 민영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국민 합의와 동의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해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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