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탐욕, 밥상을 차지하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3-01-11 14:27:04
‘생존’을 매개체로 부를 쌓는 자들

▲ 식량의 제국 - 제니퍼 클랩 저, 정서진 역, 1만6000원, 이상북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도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한다. 사람들은 석유 값이 천문학적으로 오르면 자동차를 포기하면 되지만, 식품 가격이 턱없이 오른다고 먹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식량’은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008년 초 이집트, 아이티, 필리핀 등에서 일어난 식량 폭동의 배경에도 바로 이런 정황이 맞물려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반정부운동을 한 것이지만 실상은 정부 문제가 아니었다. 식량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자들은 정부가 아니라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초국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식량은 이제 더 이상 영양의 원천이나 문화적인 요소가 아니라 대체 가능한 상품이다. 그리고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 세력은 국가나 농민,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중간지대’에 있는 자들이다.

세계식량경제는 식량체계가 세계화됨에 따라 그 체계 내에서 중간지대를 만들어 장악한 주요 세력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정부, 민간재단, 초국적기업, 금융업계가 이러한 중간지대를 만들자, 먹거리의 주도권은 농민과 소비자에게서 이 중간지대로 옮겨가게 되었고, 이를 뒷받침한 국제무역규칙 등 새로운 규범과 지배 시스템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세계식량경제는 새로운 특징들을 갖게 되었다. 음식의 상품화, 거리의 문제, 세계식품시장의 불균형과 변동성, 세계식량체계를 뒷받침하는 농업의 산업화와 관련된 생태학적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빌 게이츠의 이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 시점에서 세계의 지배자는 ‘식량’의 지배자가 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식량이 상품화된 사회에서도 우리는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초국적기업들의 세계 식량시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다. 이미 국제 시장에서 ‘식량’을 둘러싼 전쟁은 시작됐다.

청양고추 종자가 다국적기업 몬산토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파프리카의 종자 값이 금값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아는가? 매년 우리가 지불하는 종자 로열티가 100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아는가? 당장 내 입으로 들어오는 먹거리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이런 사안을 안일하게 바라본다면 불과 얼마 가지 않아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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