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구조조정 ‘개봉박두’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3-01-11 14:03:44
인수위,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부처로부터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함에 따라 5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불지 주목된다. 다만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선 공기업 민영화를 중심으로 통폐합, 구조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엔 부채 줄이기에 무게가 실리고, 필요한 경우 조직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수석부대변인이 인수위 간사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8일 삼청동 금융연수원 정부 업무보고 형식을 브리핑하면서 업무보고에 포함될 사항으로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꼽았다. 윤 대변인은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별도로 잡은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 합리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엔 연초부터 공기업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안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인수위는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공공기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미국 쇠고기 사태’로 촛불 정국에 밀려 잠시 수면 밑으로 내려간 공공기관 개혁은 그해 6월 다시금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재등장했다. 당시 공공기관 개혁 프로그램은 민영화와 통폐합, 구조조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에선 이와 달리 부채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공약에서 공공기관의 부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공공부문 부채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부채가 2008년말 286조2000억원에서 2011년말 463조5000억원으로 3년 사이 177조3000억원이나 급증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인수위 측은 공기업 부채에 대해선 사업별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증가의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하고,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대형사업에 대해 사전·사후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 당선인 측은 대선 공약에서 “공공기관 민영화 등 선진화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이해당사자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다”고 진단하고 있어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조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위에서 용어를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에서 ‘합리화’로 바꾼 점도 이를 시사한다. 정부조직개편은 총괄 분과격인 국정기획조정분과의 강석훈 인수위원은 이 두 용어의 차이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더 확대가 필요한 부분은 확대하고 축소가 필요한 부분은 축소한다는 상식적 의미의 단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박근혜 코드 맞추기 ‘무리수’
이와 관련해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박근혜 코드’ 맞추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관계기관 간 사전 조율을 끝냈다고는 하나 이들의 임기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을 장담키 어려워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민간금융사들이 위기극복을 화두로 내건 것과는 달리 금융공기업들은 새정부 출범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핵심은 서민가계부채 해소와 중소·중견기업 지원이다.


진영욱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올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7조6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74조원의 여신 지원을 공언했다. 장영철 캠코 사장은 올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저축은행 투입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올해 각종대출 보증 등을 통해 60조원 이상의 서민 주택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저소득과 저신용 서민층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안정이 최대 목적이다.


만약 금융공기업의 다짐대로 가계부채 및 중소·중견기업 지원이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뤄질 경우 박 당선인이 주창한 ‘중산층 70%대 복원’ 실현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금융공기업이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설익은 대안만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사실상 임명권을 쥔 금융공기업 사장들이 박 당선인과 인수위원회 입맛에 맞춘 발언들이라는 비판이다.


실제 금융공기업 및 특수은행의 역대 CEO 가운데 순수 내부출신은 3%에 불과해 임기를 목전에 뒀거나 조직개편의 한 중심에 선 기관일수록 신년사의 강도가 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공기업들도 신년사와 관련 구체적 실행 계획을 아직 잡지 못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기와 상관없는 인사일수록 비교적 무난한 내용을 신년사에 담은 것 같다”면서 “사장 임기나 조직개편 이슈를 안고 있는 곳일수록 기관 존재의의 등을 적극적으로 강하게 어필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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