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용병이 진화했다"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2-12-06 14:11:40
2012~2013 대세는 레오·까메호

국내 남자 프로배구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승리를 추구하는 프로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국내 공격수들의 파워와 기술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선천적 능력을 갖춘 외국 선수들을 따라 가기란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점유율은 때에 따라 50%를 넘기기도 한다. 전체 공격의 절반을 이방인이 책임지는 것이다. 올 시즌 남자부 6개 팀에는 6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다. 늘 그래왔듯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팀 성적과 비례한다. 매 여름마다 구단들이 더 나은 외국인 찾기에 혈안이 되는 이유다.


◇ 레오 ‘가빈은 잊어주세요’
2012~2013시즌이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삼성화재 레오 마르티네즈(22)다. 레오는 입단 당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5㎝에 이르는 큰 키는 매력적이었지만 78㎏의 왜소한 몸이 단점으로 꼽혔다. 빡빡한 V-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는지에도 의문부호가 달렸다. 러시아로 떠난 ‘괴물’ 가빈 슈미트(26ㆍVC 이스크라 오딘트소보)에게 적응된 삼성화재 팬들을 레오로 만족시키는 것은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우려는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입단 때보다 10㎏ 가량 몸을 불린 레오는 360㎝가 넘는 타점을 주 무기 삼아 코트를 지배하고 있다. 레오는 지난 3일 KEPCO와의 개막전에서 51점을 쓸어 담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경기당 30점 넘게 책임지며 팀의 6전 전승(11월28일 기준)을 주도했다. 득점 부문에서는 한 경기를 더 치른 안젤코 추크(29ㆍKEPCO 154점)보다 41점이나 많은 195점으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화재 신치용(57) 감독은 “레오가 가빈이라는 이름값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파워는 조금 떨어져도 레오는 감각적인 기술이나 배구에 대한 센스와 이해도는 가빈보다 좋다”고 추켜세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 감독은 “레오는 이제 22살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빈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괴물을 뛰어 넘는 또 다른 괴물 레오의 진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삼성화재의 외국인 농사는 올해도 대성공이다.


◇ 위용 드러내는 까메호
LIG 손해보험의 오레홀 까메호(26)는 레오와 함께 올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또 한 명의 선수다. 공교롭게도 까메호와 레오는 쿠바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레오와는 달리 입단 당시 거물급으로 분류됐던 까메호는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효동(23), 김영래(31) 등 세터와의 호흡에서 불협화음을 보이며 가빈 이상이라는 평가를 무색케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대어는 대어였다. 까메호는 이효동이 고정적으로 볼 배달을 시작한 뒤 금세 위용을 되찾아갔다. 득점은 133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고 공격성공률 3위(55.44%), 서브 3위(세트당 0.40개), 블로킹 2위(세트당 0.90개), 후위공격 3위(57.26%) 등 공격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지난달 17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KEPCO와의 2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3개, 후위공격 7개로 다재다능의 상징인 트리플크라운(시즌 2호ㆍ역대통산 47호)을 달성했다. 덕분에 LIG는 2연패 뒤 4연승으로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 2년차 용병은 글쎄…
현대캐피탈의 밋자 가스파리니(28)는 ‘중박’에 가깝다는 평가다. 가스파리니는 레오와 까메호 같은 파괴력은 부족하지만 노련미가 주무기다. 타점으로 상대를 위협하기보다 블로킹을 이용한 쳐내기와 빈 자리를 노리는 공격이 인상적인 선수다. 전체 선수 중 유일한 60%대 공격성공률이 이를 증명해준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서브는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5경기를 치르면서 서브 에이스는 고작 5개에 불과한 반면 범실은 27개로 많은 편이다. 하종화(43) 감독은 공 적응을 이유로 들었다. “V-리그는 해외 리그와 다른 공을 사용한다. 적응이 되면 서브도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무대 유경험자들인 안젤코와 네멕 마틴(28ㆍ대한항공)은 페이스가 다소 주춤하다. 지난 해 인상적인 활약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마틴은 손바닥 수술과 어깨 재활의 후유증으로 예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안젤코는 불편한 무릎을 이끌고 고군분투하지만 팀 전력이 워낙 약해져 위력이 반감된 모양새다.


영국 국적의 러시앤캐시 바카레 다미(24)는 다른 5명과 비교하면 아직 아물지 않은 유망주에 가깝다. 기술이 부족한데다 기복이 심해 고비마다 믿고 올려 주기란 영 쉽지 않다. 선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호철(57) 감독의 매직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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