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11-29 12:42:03
‘아직도 9살’ 한종선이 28년 만에 말하는 진실

1984년 어느 날, 9살 종선은 세 살 터울 누나와 술 취해 잠자던 아버지와 함께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곳은 바로 ‘형제복지원’. 그로부터 3년간 아이는 지옥을 경험했다.


1987년 복지원이 폐쇄된 후에도 ‘짐승의 기억’은 그의 삶을 유린한다. 그의 누나와 아버지는 평생을 정신병원을 떠돌아야만 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왜 우리는 이 참혹한 사건을 잊었나?


형제복지원 사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과 인권유린. 1987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복지원 자체 기록으로만 513명이 사망하였고, 다수의 시신이 대학과 병원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사건.


그러나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폭압과 87년 민주화 투쟁의 열기 속에 묻혀 버렸다. 그리고 국가는 끝내 면죄부를 발행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지옥에서 살아남았으나 아직도 짐승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스로를 괴물이라 칭하는, 37살 육체에 갇힌 9살 아이가 28년 만에 입을 열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2012년 그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망가진 육체와 여전히 짐승의 기억에서 놓여나지 못한 영혼을 부둥켜안고 외친다.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모두가 잊어버린 사건을 기억해달라 말한다. 그러나 사건은 한둘이 아니고,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다. 그리던 어느 날 종선은 누군가를 만난다. 그로부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복지원 피해자인 한종선이 증언하고 문화연구자 전규찬과 인권활동가 박래군이 함께 한 <살아남은 아이>는 지옥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들의 공모로 빚어져, 우리를 대신하여 끌려간 이들로 채워진 지옥. 역사는 반복되며, 인권이 끝나는 곳에서 지옥은 시작된다. 이 반복을 멈추기 위해서 우리는 그의 기억과 마주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겉모습은 37세의 아저씨지만 내면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냥 나는 9살, 12살의 꼬마가 아닐까? 그러니까 9살짜리 꼬마가 이렇게 글을 써서 들어달라고 하는 거다. 들어주세요. 우리 얘기를 들어주세요.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 우리를 봐주세요. 하고 말이다.”


진실은 두렵고 참혹하다.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고,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는 제 안의 짐승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무기로 우리 앞에 선다. 모두가 외면하던 그 긴 세월을 견뎌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서우리만치 차분한 그의 읊조림은 그래서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나는 한때 개였고 소였다고. 나는 괴물이라고 말하는 종선이 인간의 언어를 토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말’을 찾아낸다. 지옥에서 살아남았으나 아직도 짐승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 37살 육체에 갇힌 9살 아이가 28년 만에 입을 열기 시작한다. 역사의 반복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그의 기억과 마주해야 한다.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전규찬·박래군 저, 전규찬 기획, 1만4500원,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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