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욕구, 그것은 보수주의의 '본질'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11-22 15:37:53
현대 보수주의의 핵심을 꿰뚫는 지적 통찰

“디지털시대의 전형적인 대중지식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브루클린 대학과 뉴욕 시립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코리 로빈 교수의 두 번째 저작 <보수주의자들은 왜?>는 작년 말 출간되자마자 “로빈에 대한 서평을 논박하는 것이 인터넷에서 최신 유행이 된 듯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수의 학술지뿐만 아니라 학술 블로그, 온라인 정치토론 게시판 등에서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중도파 학자, 저널리스트들까지 가세해 논쟁이 이어졌다. 왜 한 권의 학술적인 책이 정치논객들 사이에서 그토록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그가 보수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잡지로부터 이제는 자본주의의 예리한 비판자가 돼버린 과거 자유시장주의자들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보수주의의 거물인 윌리엄 F. 버클리가 로빈에게 “보수주의가 시장에 고착되는 것은 따분하고 섹스처럼 반복적인 일이다”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로빈은 십여 년간 보수주의자들의 정신세계를 파고들게 됐다.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본주의가 그들을 따분하게 만든다면, 그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어떤 보수주의자는 자유시장을 지지하고, 다른 자들은 반대한다. 일부는 국가를 비판하고, 다른 일부는 국가를 찬양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운동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자기변화, 폭력, 전쟁을 수반하는 정치와 사회의 역동성이라는 관념은 좋아한다.


또 그들은 새로운 도전과 환경에 뛰어난 적응성을 보인다. 이처럼 폭력에 대한 편향과 재창조의 능력이 대중의 지지를 받으면서 그들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배경엔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운동에 맞서 권력과 특권을 지키려는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


보수주의를 그 기원인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으로까지 추적해간 로빈은 “보수주의자는 근본적으로 하층민들의 해방투쟁에 대한 적대감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을 지녔던 직접적 체험, 그 권력이 위협당하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그 권력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코리 로빈은 “작은 정부에 대한 신념, 자유시장 옹호, 또는 변화에 신중한 태도는 보수주의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것들은 보수주의의 본질적 이념, 즉 “어떤 자들이 우월하고 그래서 다른 자들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의 ‘부산물’일 뿐이다.


보수주의 내에서의 폭력이라는 민감한 주제 또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버크 이후 우파들이 폭력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일반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논의의 대부분은 지난 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9·11 사태,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전쟁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들이 보수주의자들 사이에 일으킨 현기증이야말로 코리 로빈이 우파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게 만든 동기였다.


오늘날 폭력 과잉은 보수주의 전통 그 자체의 구성요소이다. ‘국가 안보’라는 개념이 왜 보수주의자들에게 그토록 매력적인지를 설명하는 대목은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대해서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책은 보수주의자들의 동기와 의도는 물론 보수주의가 지닌 무시 못 할 힘과 해악에 대해서까지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왜?>, 코리 로빈 저, 천태화 역, 1만8500원, 모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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