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권리를 발휘하라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11-16 11:16:28
실천적 지식인 ‘하워드 진’의 마지막 저작

제18대 대선이 다가오자 우리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들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과 부의 불평등화가 지속되자 대선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경제 민주화’와 ‘사회 복지’와 관련된 정책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정치를 펼칠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만나볼 수 있을까?


2010년에 작고한 미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하워드 진은 노엄 촘스키와 함께 세계적인 실천 지성으로 한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문장으로 문제의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풍부한 사료와 자료들을 내세워 대통령과 소수 특권층 등 비판 대상에 대해 풍자와 해학을 날려왔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그가 잡지 ‘진보(The Progressive)’에 올렸던 글들을 모은 이 책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는 하워드 진이 젊은 시절부터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썼던 글들이 담긴 책이므로, 그의 정치철학의 변화와 완성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천재성은 그의 마지막 저작인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내놓은 잘못된 정책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장에서 미군들이 보여준 비극적이고 천박한 행동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당하는 노동자의 역경 등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하워드 진의 역사적 투명성과 흔들림 없는 긍정주의 그리고 첨예한 질문들은 이번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하워드 진은 역대 미국 대통령과 수구언론 등 권력층이 벌이는 꼼수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부시 대통령,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로 곤경에 처하자 시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전쟁을 선택한 클린턴, 2000년 미국 대선 당시에 표심을 잡기 위해 지키지도 못한 약속을 내걸은 대선 후보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는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국가안보란 무엇인가?” 등 국가, 국민 그리고 정치, 정책 등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득권 질서에 저항하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 세상을 정의롭게 변모시켜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평화와 자유, 그리고 행복한 미래가 어떻게 열리게 되는가를 절감하도록 하는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현실권력에 지배당하는 정치인들은 강한 자와 부한 자를 위해 움직이는 본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민은 항상 그들을 견제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인과 기업가 등 소수에게 집중된 권한과 재원이 시민을 위해 쓰이는 세상이 생겨날 수 있다.


시민이 지금의 잘못된 정치와 정책을 바꾸어나가는 대안을 만드는 조직적인 힘이 되어, 현실의 권력을 압박하면서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하워드 진의 주장은, 구세주를 기다리듯 새로운 대통령에게 전적인 기대를 거는 우리의 생각을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은 비록 미국의 정치사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깨달음을 얻게 한다. 미국 사회의 현실은, 부는 점점 더 상층부 소수의 손에 독점되고, 경제는 건강하지 못하며, 무주택 유랑자가 길거리를 채워나가고, 도시는 폭력범죄가 늘어가고 있으며, 마약과 폭음, 그리고 환경의 심각한 훼손 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미국 사회는 지금 부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 증세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하워드 진은 연간 국방예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일부를 다른 곳에 쓰라고 제안한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장밋빛 공약을 내세운다. 그러나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는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바른 눈을 가진 시민의식과 양심에 따른 시민행동이다. 이 바탕이 없으면 애초에 아무리 괜찮다고 여겨서 뽑아준 대통령이라 해도 상황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시민의 요구를 외면하게 될 수 있다.


하워드 진은 “지도자가 시민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과 시민행동이 지도자의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선거 때에만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고, 항상 정치인들의 잘못된 정책을 바꾸기 위해 ‘시민권’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하워드 진 저, 김민웅 역, 1만6000원, 일상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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