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기대하고 싶은, 기대하게 하는 배우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2-10-26 09:10:51
캐릭터 이해하기 위해 일상생활도 ‘석고’처럼

배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주연의 영화 ‘용의자X’가 가을 비수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개봉(18일) 첫 주 4일간 62만222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63만3912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


‘용의자X’(스크린 533, 상영횟수 1만377)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스크린 619, 상영횟수 1만843)에 비해 극장수와 상영 횟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5700석 정도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용의자X’의 흥행조짐이 보이자 천재 수학자 ‘석고’ 역을 맡은 배우 류승범의 연기에 관객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연기 변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배우 류승범은 사랑하는 여자 ‘화선’(이요원)의 우발적인 살인을 덮어주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꾸미는 천재수학자 ‘석고’역을 미세한 표정과 절제된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동안 맡았던 개성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차분하고 자신감 없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석고’가 되기 위해 말투와 걸음걸이부터 바꿨다. 그는 축 처진 어깨와 자신감 없는 표정, 소심한 성격을 연구했다. 어리바리한 대사도 류승범이 생각한 ‘석고’였다. 일상생활에서도 ‘석고’를 잊지 않으려고 ‘석고’처럼 행동했다.


그는 “감독님이 숙제를 많이 줬다. 걸음걸이, 대사까지 정확히 디렉션 해줬다. 쉼표, 느낌표까지 받은 기분이랄까. 마음에 안 들면 앞에서 시연도 해줬다. 평상시 배우로서 고집이 센 편인데 이번에는 많이 비우고 따라갔다. 그러다 내 창작의 욕심이 생기면 말하면서 조율해갔다”고 말했다.


배우 류승범은 연기를 하면서 방은진 감독을 많이 조르기도 했다. 그는 “이해가 안 가면 연기를 못하는 성격이어서 ‘석고’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가면 감독님에게 날 설득시켜달라고 했다. 이번 작품뿐 아니라 이제껏 작업들이 그랬다. 내가 캐릭터를 알지 못하면 차라리 연기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옆집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희생하는 ‘석고’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선 캐릭터의 연구와 이해가 더 필요했다.


류승범은 “처음에는 ‘석고’처럼 거대한 희생을 치를 만큼 사랑을 해본 적 있나 생각해봤다. 연기의 딜레마였다. 하지만 작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 인생에 이러한 사랑이 온다면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것 같다. 한번 사는 인생 ‘석고’처럼 거대한 사랑을 하면서 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며 석고를 온전히 이해한 모습을 보여줬다.


◇ “우리 영화와 원작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용의자X’는 히가시노 게이고(54)의 원작소설 ‘용의자X의 헌신’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원작과 차별하기 위해 천재수학자와 대립하는 ‘물리학자’ 대신 동물적 감각을 지닌 ‘형사’를 등장시키면서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시켰다. 결말에서도 인물의 내면적 감정을 극대화하며 원작과 차별화를 뒀다.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재구성된 ‘용의자X’의 결말에 대한 호불호도 갈렸다.


류승범은 “원작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분들이 있고, 원작 마니아도 있어서 호불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영화는 취향의 문제다. 나도 원작을 좋게 봤고 팬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각색됐고 방 감독의 숨결을 통해 나온 거니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보고 나서 개인의 성향을 얘기하는 건 좋지만 비교로 들어가면 만든 이로서는 힘이 빠진다. 우리 나름대로의 숨결을 넣어서 빚은 건데 비교의 수준에 머물고 싶지 않다. 1, 2등을 가르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각자 느낌이 다른 건 인정해야 하는데 ‘이 영화 이렇게 봤어’라고 사실인 것처럼 말해버려 안타깝다. 원작의 힘이 워낙 세니까 이해는 하지만 누군가 싫다고 해서 이 영화가 완성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좋은데 가치를 묵살하며 거친 언어, 본질적인 것들까지 개인의 성향으로 묵살시키면 안 된다. 나와 취향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존재가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완주했다는 것에 박수 받고파…”
이 영화를 마친 소감에 대해 묻자 류승범은 “순전히 완주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싶다. 스스로에게 지치지 않고 4개월 동안 꾸준히 한 명도 낙오 없이 잘 해온 게 참 좋다. 작품이야 내 몫이 아니니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흥행성공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 “상업적인 베이스에서 출발한 배우가 아니다. 다시 언더로 내려간다고 하면 힘들겠지만 겁나지는 않는다. 다른 선배들이 밑에서부터 연기하라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인 것 같다. 떨어져도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됐다는 것은 차고 넘치는 축복이다. 상업배우로서 개런티를 받으니 흥행의 몫이 있겠지만 그것에 연연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류승범은 인기 배우이지만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잘 보면 흥행작이 없어요. 그런데도 12년을 했다는 것은 그게 내 코드인 걸 투자사들도 아는 거예요. 기대도 없지만 버리지도 않는 배우라고 할까? 12년째 유망주예요. 제가 가진 느낌이 완성품이 아니라 뭔가 허술하고 다른 것을 만들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100억 투자해서 200억 내놓을 것 같은 스타일은 아니고…. CJ에서 연달아 몇 편 했지만 좋은 성과를 드린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계속 투자를 해주는 건 들어간 게 있으니 이번에는 될 것 같은 기대감? 12년 동안 주인공 언저리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에는 터질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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