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딱지 붙이고 싶었어요"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2-10-18 15:18:48
인디밴드 10cm, 정규 2집으로 컴백

지난 10월 10일 인디밴드 십센치(10㎝)가 정규 2집 ‘2.0’을 들고 돌아왔다. 발표 동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음은 물론이고 슈퍼스타K4의 음원이 강세를 이루는 지금 십센치 음악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타이틀곡 ‘파인 땡큐 앤드 유?(Fine Thank You And You?)’는 국내 주요 음원차트인 멜론, 엠넷, 벅스, 네이버 등에서 10위권 안에 들어 인디밴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좀 예상했죠. 앨범 나오자마자 주식시장 살피듯 실시간으로 검색했거든요. 불안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피를 말리는 순간들이 계속됐죠.”


2010년 디지털 싱글 ‘아메리카노’로 인기를 얻은 십센치는 지난해 2월 정규 1집 ‘1.0’에서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죽겠네’ 등을 연속 히트시키며 3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단숨에 톱 밴드 반열에 올랐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독특하고 생활적인 콘셉트의 가사는 유지한 채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 사운드는 벗어나 ‘십센치’같지 않으면서 ‘십센치’답다.


보컬 권정열은 “2집은 1집보다 촌스럽다. 세련미를 억지로 최대한 없애려고 투박하게, 여유롭게 녹음했다”며 “1집은 기존 곡을 싸그리 모아 낸 앨범이지만 2집은 새로운 곡들을 녹음해서 담았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 “천천히 즐기면서 녹음했지만 만족도는 높아”
멤버들은 의외로 1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권정열은 “우리 음악 잘하거든요. 1집 때는 그런 부분이 왜곡돼서 안타까운 것이 있었어요. 1집은 좋게 말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가 있었지만 너무 욕심을 낸 단점이 있었죠. ‘보일러가 고장나서 울지’ 등 너무 대놓고 (감성적인) 장치를 넣은 가사 등이 아쉬웠습니다. 만족도가 떨어졌죠”라고 말했다.


이어 “1집은 처음이라 치열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었어요. 2집은 천천히 길게 해서 즐기면서 녹음했죠. 1집 녹음은 지옥 같았기 때문에 끝난 뒤에 즐거웠지만 2집은 마스터링이 끝날 때 아쉽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 ‘2.0’에서는 사운드에 심혈을 기울였다. 권정열이 1집 때 주로 사용한 젬베는 뺐고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트럼본 등을 사용해 사운드가 다양해졌다.


젬베를 뺀 이유에 대해 묻자 권정열은 “제가 질려서요. 젬베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잘 치지도 못하고. 또 젬베를 쓰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좀 더 깊이 있는 사운드를 위해 1집이라면 젬베를 쓸 부분을 이번에는 다른 악기로 채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십센치의 변화는 사운드뿐만이 아니다. 가사스타일 또한 변했다. 정규 1집 ‘1.0’의 인기 요인 중 하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성 있는 노랫말에 진정성을 담아 한층 성숙해졌다. 권정열은 “당시 만들면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봤자 다 지어낸 이야기였다”면서 “이번에는 가사 욕심을 버렸다. 예전 가사는 빨리 질리는 것도 있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서…. 최대한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십센치 특유의 ‘야한 감성’은 여전했다. 십센치 특유의 남성이 여성에게 조르는 정서가 가득한 ‘고추잠자리’를 비롯해 ‘냄새나는 여자’ ‘너의 꽃’ 등 언뜻 봐서는 모르지만 성적인 은유가 넘실대는 곡들이 가득하다. 여성의 속살이 드러나는 사진을 가득 담은 앨범 재킷 역시 십센치의 야한 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권정열은 “재킷은 커플이 운영하는 디자인회사가 디자인했는데 본래 여성 모델을 쓰려다 커플 중 여성이 직접 나섰다고 그러더라고요. 촬영장에 못 가서 아쉬웠어요. 하하하. 본래 재킷 표지는 되게 야했어요. 예전에 신은경씨 나온 영화 ‘노는 계집 창’ 포스터에 나오는 그런 포즈였는데…. 이런 것을 넣으면 범죄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앨범 재킷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면 좀 더 야하게 가려고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십센치는 야한 것과 섹시한 것을 정말 좋아한다. 권정열은 “한국 음악에는 그런 것이 별로 없잖아요. 어른들이 음악을 많이 듣는데 그런 이야기가 없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담을 것 담자고 했죠. 성인가요로 채워 다 (빨간) 딱지를 붙이려고 했는데 초심이 변했는지 그게 안 됐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1~10번 모든 트랙을 섹스를 문학적으로 풀어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십센치의 모든 것을 녹여낸 정규 2집 ‘2.0’
이번 정규 2집 ‘2.0’은 모던록밴드 ‘데이브레이크’의 베이시스트 김선일(37)이 디렉팅을 맡았으며 타이틀곡을 3개나 내세웠다. ‘비틀스’부터 ‘낭만에 대하여’의 최백호, 노르웨이 인디 팝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을 모두 녹여 담아냈다.


타이틀 곡인 ‘파인 땡큐 앤드 유?’는 실제 녹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저가 드럼과 기타 등 빈티지 악기들로 채웠으며 1960년대 록밴드 ‘비틀스’ 사운드를 재현하려고 노력한 곡이다.


권정열은 “비틀스의 ‘렛 잇 비’나 ‘헤이, 주드’ 사운드를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드럼 기타 베이스 등 30만원이 넘지 않는 저가 악기와 아날로그 피아노를 사용했다”고 알렸다. 이어 “우리 딴에는 ‘도레미솔 도레미솔 솔파미레’, ‘헤이 주드’처럼 60년대 사운드를 내려고 했어요. 어렵지만 얼추 비슷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권정열 특유의 끈적거리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은 ‘어덜트 타이틀’을 표방한 ‘한강의 작별’이다. 권정열의 목소리, 구슬픈 아코디언 소리,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절묘하게 조합돼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10센치의 야한 감성이 듬뿍 들어가 있는 곡은 ‘오늘밤에’로 ‘19세 미만 청취불가’이다. 가수 최성수(52)의 ‘누드가 있는 방’에서 모티브를 따온 댄서블 비트곡으로 기타 윤철종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포기할 수 없는 ‘F○○○’이라는 욕 때문에 자체적으로 19금을 설정했다. 십센치는 이 노래를 라이브로도 들려주고 싶어 클린 버전도 수록했는데 욕을 ‘풋’으로 바꾸기도 했다.


권정열은 “내용은 ‘메밀꽃 필 무렵’의 감성이에요. 중간의 위험한 단어를 포기 못했죠. 일부러 믹싱할 때 소리를 키우기도 했어요”라며 즐거워했고 윤철종은 “페스티벌에서 팬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노래하고 싶은 곡이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 “제도권에 속한 것 아냐…변화의 과정 일 뿐”
하지만 1집에 비해 2집은 제도권 음악 속으로 들어왔다는 지적도 있다. 그 지적에 대해 윤철종은 “1집은 함축적이었어요. 그 이외의 것이 없죠. 2집은 곡이 너무 많아서 자를 것 잘랐는데, 통일성을 꾀했습니다. 이번에 담지 못한 곡으로 3집도 만들 수 있어요. 1집과 다르다면 제도권에 속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변화의 과정에 속한 앨범이라는 것이에요”라고 반박했다.


한편 십센치는 대형 공연장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권정열은 “지금이 아니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 공연 문화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한다. 손연재가 체조하는 곳(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좋은 공연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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