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영, ‘드센 캐릭터’의 매력 속으로

문화·라이프 / 유상석 / 2012-09-20 17:27:34
집착녀 ‘미자’ 역할로 관객에 깊은 각인

연극 <잊을 수 없는>에서 의사 우진을 짝사랑하는 간호사 ‘미자’ 역을 열연한 허인영. 그녀는 ‘미자’ 캐릭터를 통해 무대 위에서 우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모두가 쉬쉬하는 ‘사건’에 대해 계속 캐묻는 ‘집착녀’의 모습을 관중에게 각인시켰다.


무대 밖에서 만난 그녀는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드라마 <장화홍련>, <쾌도홍길동>, <불량커플>, 영화 <초능력자>, <바람피우기 좋은 날>, <미스터 주부 퀴즈왕> 등 다양한 장르에 종횡무진하며 입지를 다져온 ‘천의 얼굴을 가진 그녀’ 허인영을 만나봤다.


지난 23일 막을 내린 <잊을 수 없는>에서 맡은 ‘미자’ 배역에 대해, 그녀는 “사실, 처음 이 역할을 맡게 됐을 땐 매우 당황했다”고 말했다.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소영’이 아니라, 다소 ‘4차원’으로 보일 수 있는 ‘미자’ 역을 왜 나에게 캐스팅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연출에게 ‘왜 날 캐스팅했느냐’고 물었더니 ‘미자라는 캐릭터 자체를 널 생각하며 썼다. 억지로 연기하려 들지 말고, 네 모습 그대로 보여줘라. 그렇게 하면 넌 미자 그 자체’라고 대답하더군요. ‘나의 어디서 그런 캐릭터를 찾아야 하나’는 의문은 곧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로 바뀌었고, 곧 미자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처음 ‘소영’에게 쏠리던 기자의 시선은 뒤로 갈수록 ‘미자’에게 집중됐다. 예쁜 모습으로 애교를 부리는 캐릭터보다는 강한 캐릭터로 극의 전개를 이끌어나가는 미자의 모습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와닿았기 때문.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지난 2002년까지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방송 활동에 매진했다. 그 후 2011년부터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방송에선 주로 성우로 활동했다. 시낭송 행사라든가 애니메이션 작업 컬러링 보이스 녹음 등을 짬짬이 했다. 그리고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심심타파>ㆍ<싱글벙글쇼>에도 출연했다.


“<심심타파>에 6개월 동안 게스트로 참여하면서 ‘허인영’이라는 제 모습을 숨김 없이 그대로 보여줬어요. <싱글벙글쇼>에선 개그맨 김미진씨의 출산으로 3개월 정도 대타 방송을 했었는데, 주로 콩트ㆍ성대모사를 통한 시사풍자를 했었지요. 마음과 마음이 소리를 타고 흐른다는 것은 정말 아름답고 벅찬 감동이에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목소리 연기라는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배우가 되기 위한 역량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공교롭게도 그녀는 연극 무대에서 억척스럽고 드센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연극배우로 돌아오면서 맡은 첫 작품인 <맥베스-매혹>에서의 마녀 역도 그랬다. 마녀는 지금까지 그녀가 연극배우로서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인상 깊은 역할이라고 했다.


“처음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멕베스 부인’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나중엔 ‘마녀 역할을 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러 배역을 맡아 봤지만, 제 머릿속에 마녀 역이 가장 깊게 남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잊을 수 없는>의 ‘미자’도 그런 캐릭터였다.


“억척스럽고 드센 캐릭터를 맡다 보니, 나름 애정이 생겨요. 보시다시피 전 억척스럽다거나 드센 여인이 아니지만(웃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니, 여기에 푹 빠져 재미를 느끼게 되네요. ‘미자’가 ‘소영’이랑 다투는 장면에서 좀 더 수위가 높은 비속어를 쓰려고 했는데, 제작진과의 합의 끝에 다소 약한 표현을 쓰게 됐죠”


‘드센 역할 전문 배우(?)’를 맡다 보니, 악역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일까. 그녀는 앞으로도 악역을 계속 맡고 싶다고 했다.


“인간으로서 야비하고, 온통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손해 보는 일는 죽기보다 싫어하고, 남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를 끼치는, 그런 악역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또 고향이 부산이니만큼, 억척스럽고 강하디 강한 부산 아줌마 역할, 늘 한결같이 주군을 따르는 충직한 신하 역할도 해 보고 싶습니다”


<잊을 수 없는>이 막을 내린 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영화제 출품을 위한 단편영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마픽쳐스의 ‘썬더맨’으로 다시 만나뵐 수 있을 것”이라고…


실감나는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속에 ‘미자’를 깊이 각인시킨 허인영. 그녀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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