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소굿’, 해외경주 최초 우승 쾌거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9-20 16:41:28
해외 원정 5년 만에 ‘결실’…향후 해외수출 긍정적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을 돌파 하는 등 국내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하고 있는 한류 열풍이 이제는 세계 경마계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부터 장추열(24), 서승운(23) 등 한국기수로는 최초로 미국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국산 경주마도 미국 무대에서 한국 경마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2011년 미국 원정길에 오른 국산마 ‘필소굿(3세·거세마)’이 드디어 일을 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칼더경마장에서 열린 1600m 경주에서 2위를 7마신 차이로 따돌리며 한국경마 사상 최초의 해외경주 우승마가 됐다. 이는 한국마사회가 지난 2008년부터 국산 경주마 원정사업을 시행한 지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모두 9마리의 경주마가 출전 총상금 1만7천 달러의 이날 경주에서 미국인 기수 마누엘 크루즈가 기승한 ‘필소굿’은 초반 3위에서 경주 중반인 800m 구간을 지나면서 2위로 부상했고, 결승선 직선주로 400m 구간부터 눈부신 추입력을 보이며 1분40초9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 과학적 방법·전문가 영입으로 성과
그간 국산 경주마의 미국 원정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2008년도 ‘픽미업’을 시작으로 2009년 ‘백파’, 2010년 ‘위너포스’, ‘파워풀코리아’ 등 3년 연속 미국 무대에 꾸준히 도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8두 출전 경주에서 6위를 한 것이 고작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경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원정에 출전한 2세마들의 현지 적응 및 조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으며, 스피드 위주로 전개되는 미국경주에 적응하지 못한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2011년부터 ‘메니피포르테’·‘스틸런패스트’·‘필소굿’ 3마리의 원정마를 선발하면서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세계적인 씨수말 메니피, 포리스트캠프, 비카 등의 자마를 대상으로 DNA 검사 등 과학적인 분석방법을 경주마 선발에 도입했고, 내·외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우수 경주마 발굴에 힘썼다.


또한, 미국, 호주 등 조교사, 재결위원, 핸디캡퍼 등 경마선진국의 전문가를 국내로 영입해 합동근무를 함으로써 세계 경마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전문지식 이전을 적극 추진하면서 해외원정 성공가능성을 높였다.


2009년 임병효씨가 운영하는 제주 켄터키팜에서 태어난 ‘필소굿’은 2011년 한국마사회 해외 원정마로 선정돼 미국의 오칼라의 ‘닉디메릭’ 트레이닝센터를 거쳐 마이애미 칼더경마장의 미국인 조교사 데이비드 브래디 마방에서 경주마로 데뷔했다.


원정 첫해에는 부상 등으로 경주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지난 6월 데뷔 뒤 3번째 출전한 경주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필소굿’의 우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경마관련 미국 최대 미디어인 <블러드 호스> 인터넷판에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쓴 필소굿’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되면서 한국경마가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 국제화와 선진화를 위한 디딤돌
한국경마는 그동안 경마운영시스템을 위한 시설, 관람문화 등은 경마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왔지만 경마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선진 경마에 비해 다소 못 미친 것이 사실이었다. 매출규모면으로 세계 7위 정도까지 성장했으나, 경마수준은 아직 PARTⅢ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 경주마 미국 원정은 한국 경마의 국제화와 선진화를 위한 디딤돌이다. 원정사업을 통해 한국 경주마의 조교 및 경주능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검역이나 수송, 보험 등 해외경주 출전과 관련된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산마 해외원정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최인용 경마관리처장은 “이번 ‘필소굿’의 우승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해외 경마관련 전문인력 영입과 국산마 개량사업의 성과이며, 국산마도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증거”라며 “향후 국산경주마 해외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현재 국산 경주마의 질이 경마선진국에 비해 격차가 심하고 국내 상금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아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해외원정에 참가하는 경우 마주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해외경주 최초 우승 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만큼 한국마사회는 앞으로 국내 경주마의 해외원정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는 원정마에 대한 입사연령 제한 완화(1년 연장) 등 제도적 지원책과, 남미를 제외한 PARTⅠ 국가에서 시행되는 최고등급 경주에서 우승할 경우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삼관경주, 브리더스컵 등 클래식경주)까지의 포상금을 계획하고 있다.


◇ 한국 경마 세계화를 가속
‘필소굿’의 이번 우승은 작년부터 계속된 기수들의 선전과 맞물리며 한국 경마의 세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는 2008년부터 교육기간을 4년으로 늘려 2년간 심화교육과정을, 나머지 2년간 수습기수로 실전교육을 거치도록 했다.


또 2009년부터는 수습기수들을 대상으로 ‘경마 선진국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해 미국 등 해외 경마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미국 경마에서 장추열이 2승을 올렸고, 올해는 서승운이 3승을 올렸다.


아직까지는 일반 경주에서의 우승에 그쳤지만 주요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외국 각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지식 이전을 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한편 이번 경주로 미국 원정을 마친 ‘필소굿’은 올해 안에 국내에 반입돼 공매를 거쳐 국내 경마팬에게도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마의 쾌거가 성숙한 경마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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