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윤동주의 시를 찾아라!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9-20 16:04:20
한일 양국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서사

일왕 계승 후보자 후지와라 유이치의 서울 방문에 맞춰 서울 한복판인 세종로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다. 한일 양국의 우익들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의 음모에 휩쓸린 강력8반 형사들은 음모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진실과 마주친다. 세상이 아수라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들이 도달한 진실의 한가운데는 ‘민족시인 윤동주’가 있다.


전작 <진시황 프로젝트>로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을 수상한 유광수 작가가 그려낸 두 번째 대형 프로젝트 <윤동주 프로젝트>는 9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작가 고유의 속도감 넘치는 필치와 빠른 전개, 그리고 거듭되는 반전과 다양한 문학적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달음에 내쳐 읽게 만드는 흡인력 강한 소설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과 장면 전환으로 흥미진진하지만, 동시에 윤동주 시문학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한일 양국의 근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 작품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일본 릿교대학 용지에 쓰여진 윤동주의 시는 모두 마지막에 날짜가 들어가 있다. 일종의 시인 고유의 트레이드마크인 셈인데, 유독 한 작품 <봄>만이 시인 고유의 이런 표식이 남아 있지 않다. 저자는 이 시의 마지막 연이 소실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정에 착안해 이 소설을 구상했다.


비록 소설적 구성으로 가공되긴 했으나, <윤동주 프로젝트>는 윤동주는 왜 창씨개명을 했으며, 일본에서 무엇을 했는지,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된 이유와 그곳에서 어떤 고초를 당했는지 등에 대해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행적과 그의 문학적, 역사적 의의에 대한 상당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 이 작품엔 특히 소설 속 인물인 윤동주 연구 전문가인 송범구 교수의 설명을 통해 민족시인 윤동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소설은 강태혁과 방현진 두 형사가 복잡하고 다난한 개인적 내력으로 일왕 계승 논란과 연관된 한일 양국 우익세력의 음모와 맞닥트리면서, 거대한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역사적 진실의 한가운데 윤동주의 일본에서의 행적이 존재하고, 또 그 행적의 명백한 증거가 윤동주의 사라진 시에 담겨 있는 것. 독도를 차지하려는 일본 우익 공안44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한국의 정치인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두 형사는 윤동주의 행적을 담은 기록들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사라진 시구는 무엇이며, 거기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를 추적해나가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묘미 중 하나이다. 그 소설적 진실이 불러일으키는 파장 또한 만만치 않다.


소설의 등장인물들 모두가 윤동주의 사라진 시구와 시모가모 경찰서 조사 기록을 비롯한 윤동주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는 이것이 일왕 계승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나아가 독도를 차지하려는 일본 우익들의 음모와도 연결된다.


소설은 세종로에서 시작해 일본의 히가시교엔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스케일과 서사를 선보인다. 비단 배경이 된 장소와 액션의 규모뿐만이 아니라, 윤동주 원본 시에서 출발해 한일 양국의 현안인 독도 문제까지 한일 근대사의 근본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 면에서도 압도적인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장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시간대별로 분절해서 보여주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점층적 구조를 차용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박한 스릴감을 불어넣었다. 진실을 향해가는 여정 동안 잠시도 방심하지 못하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윤동주 프로젝트 1·2>, 유광수 저, 1만3500원, 휴먼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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