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진실의 판별자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9-06 17:40:21
가장 위대하고 급진적인 ‘민중사상가’

“학자 촘스키와 사상가 촘스키는 별개”
사람들은 세상 어디서나 상식대로 산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환경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워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리라는 우려 때문에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시민들이 완강하게 막아서자 조급해진 정부는 공권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불어넣어 준 이 중 하나가 노엄 촘스키다.


스키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령으로 간주해온 태평양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임이 분명하다”며 미국의 ‘극단적인 제국주의적 발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정 주민들이 보인 “지속적인 저항과 용기, 고결한 투쟁에 찬사”를 보냈다.


촘스키는 강정뿐만 아니라 세계 분쟁 지역 하나하나에 주목하며, 분쟁을 촉발시킨 미국으로 상징되는 불의한 권력을 규탄하면서 맞서왔다. 인도의 작가이자 반세계화 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촘스키를 “가장 위대하고 급진적인 민중사상가”라고 평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촘스키>는 촘스키가 “언어학자로서 자신과 정치적 행동주의자로서 자신은 별개”라고 말해온 바에 따라 촘스키를 언어학자, 정치적 행동주의자 두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그 둘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촘스키는 변형생성문법 창시자로서 언어 능력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언어 능력이 학습의 결과라는 스키너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촘스키는 스키너를 비롯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그들의 논리가 정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의 홍보산업과 프로파간다에 악용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배워야 알게 되는 거라면, 배움의 과정에 개입해 대중의 생각을 자신들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촘스키는 누구나 언어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그것이 발현될 기회만 얻으면 된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은 정치적 행동주의자로서 촘스키와도 맞아떨어진다. 촘스키는 어느 자리에서든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신이 대중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한 조사와 논리적인 추론만 있다면 누구든지 거대한 ‘프로파간다’에 가려진 진실을 알 수 있노라”고 주장한다. 촘스키가 민중의 힘을 믿고, 지치지 않고 낙관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 근거한다.


촘스키가 평생을 두고 가장 닮고 싶었던 사람은 ‘찻주전자 이론’으로 유명한 버트란드 러셀이다. 러셀처럼 촘스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디딤돌로 ‘상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상식대로 세상이 돌아가려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양질의 정보가 필요하다. 이런 정보를 조사하고 발굴하는 데 과학적 사고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질 때 상식은 적절한 행동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촘스키는 “보통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서나 상식대로 살아가고, 또 누구나 언어 능력을 타고나기 때문에 진실을 찾아내 그들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보았다. 그가 네댓 가지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서이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들에 맞서기 위해서다. <한 권으로 읽는 촘스키>, 볼프강 B. 스펄리치 저, 강주헌 역, 1만3800원,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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