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세상읽기] ‘스마트 세상’의 우울한 역설

문화·라이프 / 정해용 / 2012-03-12 13:29:59

세상이 스마트해졌다. 사람들은 스마트 폰으로 전화를 걸고 사진을 찍고 SNS 소통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TV를 보거나 스마툰을 보거나 e-북을 읽는다. 스마트TV, 스마트 모니터, 스마트 청소로봇, 스마트 에어컨, 스마트 홈패드 등으로 꾸며진 스마트 홈은 주인이 집밖에서도 자유롭게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센서와 스마트유리 등 스마트 건축기술에다 스마트 보안, 방재시설을 포함한 완벽한 일체형 스마트 홈을 갖춘 스마트주택은 현대 인류의 첨단 전자기술로 구현될 미래주택의 표본이다. 사람들은 스마트카드 하나로 쇼핑과 교통을 동시 해결한다. 여기에 조만간 전자주민증이나 신분증, 의료보험카드 기능까지 추가될 예정이니 그야말로 스마트카드는 만능키가 될 것 같다. 스마트폰에 스마트 칩을 장착하여 별도의 카드 없이 쇼핑을 하거나 교통요금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전처럼 열쇠를 꽂거나 리모컨을 작동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전원이 켜지는 스마트키가 등장한 것은 이미 한참 전의 얘기다. 목적지를 말하기만 하면 알아서 집까지 차를 이동시켜 주는 스마트네비게이터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스마트카드를 장착한 자동차는 유료도로 요금소에서 굳이 멈출 필요 없이 요금이 계산된다. 적외선 스마트센서로 자동화된 ‘스마트 하이웨이’가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회사 등 주차장은 적외선카드나 RF카드를 통해 출입을 자동 통제한다. 일종의 스마트 주차장이다. 시내버스가 어느 정류장을 몇 시 몇 분 몇 초에 통과했는지, 같은 정류장에 다음 버스는 언제 들어올 예정인지를 각 정류장에 설치된 단말기는 물론 안방의 컴퓨터나 개인 스마트폰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인터넷 실시간 교통정보 시스템도 스마트교통 시스템의 발달 덕분이다.


도시 전체가 어느 한 곳 빈틈없이 CCTV로 관찰되는 관제시설을 갖추고 보안 방재에서 교통 방범 복지 보건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주민서비스를 지향하는 신도시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시티다. 이곳에서는 쓰레기수거차도 볼 수가 없다. 모든 쓰레기는 대형 우체통을 닮은 수거 부스에 넣기만 하면 지하통로의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하치장으로 자동 운반된다. 아이들은 무거운 책가방이 필요 없는 스마트스쿨로 등교한다. 교문, 또는 교실문은 아이가 등교하는 것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출석기록을 남긴다.


과연 이런 세상은 스마트한 세상이 된 것일까. 대체 스마트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 어휘의 본뜻을 따지기 전에 요즘 매스컴들이, 상인들이, ‘스마트’라는 표현을 어디에 주로 가져다 붙이고 있는지를 우선 살펴보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통적 개념들 가운데서 대체로 이런 것들이 해당하는 것 같다. 만능, 효율, 신속. 그러니까 적어도 하나의 물건으로 두세 가지 이상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거나 예전보다 획기적으로 작업의 단계나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한다면 의외성? - 이 물건에서는 흔히 기대하지 않는 의외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 기술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의 스마트化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만능 효율 신속, 이 세 가지 모두가 바로 현대 한국인들(‘빨리빨리’族)의 특성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게다가 한국의 신세대들이 지닌 창의적 의외성이 금상첨화로 맞아떨어지는 듯도 하다.


그런데 스마트(smart)란 어휘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Smart는 영리하다 멋있다 빈틈없다와 같은 뜻만을 지닌 말이 아니다. 그것은 동사로서 ‘쓰리다 아프다 욱신거리다 상심하다 후회하다’와 같은 뜻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아픔 비탄을 나타내는 명사로도 쓰인다. 첨단 기술에 기댄 거대 상업주의 기술주의의 주도 아래 만능 효율의 스마트시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다. 기계 한 대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고 그런 기계를 움직이는 한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의 일할 몫을 차지해버리면 그 일을 나눠 하던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잃게 된다. 단순히 그것을 소비하는 잉여인간이 되는 수밖에 없다. 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운영하느라 인간다운 삶을 잃어버린 ‘스마트 인간’과 그 ‘스마트 기술’에 할 일을 잃어버린 더 많은 ‘잉여인간’. 둘 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임에 분명하다. 진정한 스마트 세상이라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행복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peacepress@hanmail.net)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