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8-30 19:14:40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길게 들어온 천혜의 항구다. 바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산업도시로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있기 때문. 지금도 항구 가까이에서는 산업 단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산합포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의 고향이다. 신라 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후학을 기르며 오래도록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것. 이후 월영대는 고려·조선 시대 많은 문장가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마산합포구 문학 여행의 시작점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시조 시인 이은상이 산책하던 노비산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이은상의 호 ‘노산’도 이 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문학관 앞마당에는 창원시를 연고로 둔 시인들의 문학비가 있다. 노산의 고향에 대한 추억이 담긴 〈옛 동산에 올라〉를 감상해보자.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지팽이 더저 짚고 산기슭 돌아나니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시를 감상하고 돌아보면 노산이 〈가고파〉에 묘사한 파란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도심의 건물들은 작품이 쓰일 당시와 달라졌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은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인 셈이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창원 문학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산합포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피란 와 머무른 곳이다. 특히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재 국립마산병원)는 문학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생활 때문인지 문인들은 결핵 환자가 많았다. 이들이 모여들면서 요양소는 자연스레 문인들의 토론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학적 동지를 찾기도 했으리라. 그 결과 이곳에서 결핵 계몽지 《요우》와 지금도 발행되는 《보건세계》를 만들었고, 문학 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이 발행되었다.


전시관에서 시인의 친필 원고도 만날 수 있다. 200자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시어들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산합포구 곳곳에는 문학비가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용마산 산호공원이다. 공원 입구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학비가 늘어선 ‘시의 거리’가 시작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학산 만날공원으로 가보자. 그곳에 천상병의 시인의 〈새〉 문학비가 있다.


만날공원은 해마다 추석 이틀 뒤 열리는 만날제의 행사장이기도 하다. 진해에서 마산으로 시집간 딸이 친정이 그리워 저도 몰래 추석 상을 물린 밤중에 이곳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리는 축제다. 이 공원에서 무학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편도 3.6km 구간으로 두 시간 정도 올라야 정상에 닿는다. 하산할 때는 오른 길을 돌아오거나 마산중학교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모두 3~4km 내려와야 한다.


창원 문학의 오랜 전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최치원이 머무르던 월영대를 찾아 시를 남긴 문장가들의 시비가 있다. 고려 시대 정지상, 김극기, 안축 등과 조선 시대 서거정, 이황, 정문부 등 13명이 남긴 시다.


시비를 돌아본 뒤에는 옛 마산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박물관으로 가자. 선사시대 유물부터 원나라의 일본 정벌 전초기지 역할을 한 고려 시대의 합포, 임진왜란 당시의 합포, 조선이 스스로 개항한 마산포, 3?15마산의거와 부마민주항쟁 등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1층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쉬어갈 수 있는 역사북카페도 있다.


박물관에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창원시립문신미술관이다. 미술관은 문신의 초기 작품인 회화를 볼 수 있는 제1전시관, 조각 작품을 전시하거나 기획전을 여는 제2전시관, 문신의 석고 원형 작품을 전시하는 문신원형미술관으로 구성되었다.


이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문신원형미술관이다. 전시관 한가운데 놓인 하얀 석고상들이 주인공이다. 이 석고상들은 작가가 작품을 위해 제일 먼저 만드는 ‘원형’이다. 문신은 이 원형을 그대로 작품화했다. 종종 석고 원형 작품을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고.


원형미술관 창문 너머로 프랑스에서 영구 귀국한 작가가 생전에 살던 작은 집이 보이는데, 지금은 그의 미망인이 살고 있다. 문신미술관은 7월 10일부터 10월 21일까지 〈내 고향 남쪽 바다〉전을 연다. 남쪽 바다를 주제로 삼은 전혁림, 변시지, 임호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도 문신의 흔적이 있다. 작곡가 조두남에게 보낸 편지다. 음악관 앞 마산조각공원은 천천히 산책하며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당일 여행 코스>
문학 여행 / 창원시립마산문학관→만날공원→창원시립마산박물관→창원시립문신미술관→창원시립마산음악관→마산조각공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창원시립마산문학관→만날공원→무학산 등산→마산어시장
둘째 날 / 창원시립마산박물관→창원시립문신미술관→창원시립마산음악관, 마산조각공원→용마산 산호공원 시의 거리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시청 문화관광 culture.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문학관 pen.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음악관 music.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museum.changwon.go.kr
- 창원시립문신미술관 moonshin.changwon.go.kr


○ 문의 전화
- 창원시청 관광진흥과 055)225-3695
- 창원시립마산문학관 055)225-7193
- 창원시립마산음악관 055)225-7194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055)221-5050
- 창원시립문신미술관 055)225-7181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역-마산역, KTX 주중(월~목) 7회, 주말(금~일) 11회 운행, 약 3시간 내외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 동서울종합터미널-성산휴게소(환승센터)-창원
*문의 : 창원종합버스터미널(고속) 055)288-3355
수원, 청주, 대구, 울산, 부산-마산
*문의 : 마산시외버스터미널 055)256-1622, www.masantr.com
[시내버스] 마산역, 마산시외버스터미널-창원시립마산문학관
마산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정류장에서 100·103번 버스 탑승. 마산역 앞을 지나 육호광장 정류장에서 하차. 문창교회를 이정표 삼아 걸어가면 문학관 안내판이 보인다.


○ 자가운전 정보
남해고속도로 제1지선 서마산 IC→서마산 IC 사거리, 운동장·통영 방향 좌회전→66m 앞 삼거리, 통영·마산법원 방향 우회전→석전사거리, 운동장 방향 좌회전→약 180m 진행 후 마산합포구청 방향 우회전→약 1.4km 지점에서 문창교회 쪽 골목길로 우회전 진입→마산문학관


○ 숙박 정보
- 사보이 호텔 : 마산합포구 삼호로, 055)247-4455, www.benikea.com (베니키아)
- 신라온천 :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9-9301 (굿스테이)
- 북면황토방온천장 :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8-9890 (굿스테이)
- 마산m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23-0550, www.masanmhotel.co.kr
- 리베라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48-5200, rivierahotelms.co.kr


○ 식당 정보
- 광포복집 : 복국, 마산합포구 오동동 복어거리, 055)242-3308
- 고향아구찜 : 아귀찜, 마산합포구 오동동 아구찜거리, 055)242-0500
- 못대 : 생선구이정식,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어시장 내, 055)222-1522
- 임진각식당 : 석쇠불고기, 의창구 팔용동 남산로1번길, 055)256-3535


○ 축제와 행사 정보
- 만날제 : 추석 이틀 뒤, festival.changwon.go.kr/mannal
- 가고파국화축제 : 10~11월, festival.changwon.go.kr/gagopa


○ 주변 볼거리
창원해양공원, 주남저수지, 창원과학체험관, 웅천도요지전시관, 진해예술촌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