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저항을 위한 성명’이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8-30 19:11:09
지배자의 어리석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인간 다수는 인간의 본질상 먹고 마시고 성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신적 노력을 마음 깊이 혐오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고 말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현명하며 합리적이라는 기존 우리의 인식에 “과연 그러한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이 책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는 “전 세계 모든 면에 걸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특별한 어리석음’에 인류가 감염돼 정상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신랄하게 지적한다.


텔레비전, 라디오 등 여러 매체의 인터뷰어이자 기고가로 활동했고 정치 매거진의 편집자를 지낸 저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은 수년 간 많은 정치인과 기업가, 은행가, 저널리스트, 교사, 종교 간부들과 인터뷰를 하고 편지를 나누면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스템의 합리성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 놓는다.


그는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에 나오는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왕의 신하들처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옷자락 받드는 시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대중이 이 같은 연극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어리석은 짓인지 깨달을 때까지 이런 어리석은 짓은 계속된다”고 설명한다.


이데올로기 비판 분야에서 켈만 인문주의. 계몽 재단의 에른스트 토피츠상을 수상했으며 두려움 없는 사상가로 알려진 저자는 이러한 속성을 지닌 인간의 적절한 호칭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데멘스’, 즉 ‘광기의 인간’이라 단언한다.


어리석은 인간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결과를 불러오고 있는지 명확히 밝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를 ‘호모 사피엔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저자는 견고한 문화적 매트릭스의 원칙을 깨고 새로이 구성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굉장한 영웅이나 거창한 행동이 아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도 ‘어른들의 어리석은 속임수’에 아랑곳하지 않은 단 한 명의 꼬마가 궁정 전체의 광기를 무너뜨렸다.


그것을 위한 방법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 속 많은 학생들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 더 높은 토익 점수나 좋은 대학이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교육 수준에 따라 좋은 직장에 팔리는 상품과 다름없다.


권력을 지닌 비도덕적 인간들에게 분노하며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 불행은 몇몇 사람들의 결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집단적 어리석음의 과정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도록 고안된 시스템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의 성패는 우리 스스로 사고를 변화시킬 용의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그의 강력한 외침은 주어진 현실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사고의 황폐화’라는 지배 권력 시스템의 모순을 뇌리에 각인시킴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구조화된 현실을 부수게 만든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게 아니다. 자기 자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때 어리석은 자들의 권력은 무너질 것이다.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미하엘 슈미트-살로몬, 김현정, 1만2000원, 고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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