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건축가 정기용’의 건축과 삶을 엿본다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12-03-05 11:48:52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움 희망한 삶 발견

[온라인팀] “건축이란 틀이나 물리적으로 사람의 사는 것을 규정하는 게 아니다. 삶을 포용하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가는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닌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영화 ‘말하는 건축가’는 지난해 66세를 일기로 대장암으로 별세한 건축가 정기용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끊임없이 한국건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운 삶을 희망한 고집스러운 정기용의 삶을 따라간다.


한국 현대건축의 2세대인 정기용은 전북 무주에서 12년 동안 진행한 공공프로젝트와 정읍, 순천, 진해, 김해, 제주, 서귀포 등 6개 도시에 지은 어린이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등을 통해 건축의 사회적 양심과 공공성을 강조했다.


영화 속 정기용은 부산시 건축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무주 건축답사를 동행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12년간 이어진 이 프로젝트에서 정기용은 무주군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건축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 영화 ‘말하는 건축가’는 지난해 대장암으로 별세한 건축가 정기용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오는 8일 개봉한다.


대표적인 것이 안성 면사무소다. 처음 면사무소를 다시 짓는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대는 거셌다. 하지만 정기용은 포기하지 않고 마을사람들에게 면사무소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물으며 소통했고, 그 답으로 얻은 ‘목욕탕’을 만들었다. 아직도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이 목욕탕은 남탕과 여탕을 하루씩 돌아가며 운영하고 있다.


반면, 무주 등나무 운동장에 자신도 모르는 태양 집열판이 설치된 것을 보고는 “모든 건축에는 자연의 이치가 있는 것인데 틀어져 버렸다”며 불같이 화를 낸다. 정부 시책에 따라 시행됐지만 설계자 정기용의 의도와 크게 어긋난 것이다. 결국 정기용은 자신도 모르게 망가지고 있는 무주의 풍경에 실망한 채 그곳을 떠난다.


영화는 겉으로 건축과 건축의 이치를 설명하는 건축 다큐멘터리를 표방하지만, 속은 건축가 정기용의 고집스러운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11시간에 거친 대장암 수술, 부작용으로 성대 결절이 된 상태에서도 개별 마이크를 차며 끝까지 건축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과 대면했건만 의연한 태도로 삶을 이어간다.


영화 후반부 정기용은 더욱 앙상해진 모습으로 10여 년 전 지인을 위해 설계한 강원 춘천 ‘자두나무 집’을 방문해 자신의 건축을 돌아보며 지난 세월을 되새긴다. 그러다 곧 서울로 올라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건축전 ‘감응: 정기용 건축’을 힘겹게 준비한다.


“문제도 이 땅에 있고 그 해법도 이 땅에 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을 귀담아 들을 자세만 있으면 된다. 그걸 반영 안 하고 대가들의 건축만 배워가지고 건축가와 사회는 따로 가고 있다.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노력을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정재은(43) 감독이 연출했다. ‘말하는 건축가’는 정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정 감독은 “건축에 대한 막연한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가 살고 머물고 죽어서 묻히는 공간들을 도대체 누가 어떤 생각을 하며 만드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죽음을 앞둔 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년의 건축가 정기용은 우리에게 건축에 대해, 자신에 대해 어떤 말들을 남기고 싶어 할 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3월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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