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세 편만에 ‘사극 퀸’ 등극하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8-30 19:00:09
'서구적 외모' 우려와 달리 시청자 반응 ‘훈훈’

169cm·49kg의 크고 늘씬한 몸매야 한복의 긴 치마에 가려진다고 해도 큰 눈, 오똑한 코, 시원한 입매 등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미인형 얼굴인 그녀가 한복에 이토록 잘 어울릴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최근 막을 내린 MBC TV 판타지 사극 ‘닥터 진‘에서 조선 말 최고 기생 ‘춘홍’으로 열연, 뛰어난 한복 자태를 뽐낸 탤런트 이소연(30)은 “한복이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여배우로 꼽힌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제가 서구적으로 생겼다는 것은 저 자신도 잘 알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사극을 잘 할 수 있을까’, ‘나한테 한복이 잘 어울릴까’하고 늘 의문을 갖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시청자 반응이 좋아요. 저로서는 정말 기쁘죠. 그러면서도 신기해하고 있어요.”


사실 ‘닥터진’이 첫 한복출연은 아니다. 지난 2010년 MBC TV 사극 ‘동이’에서 이소연은 ‘숙종’(지진희)의 사랑을 받아 나인에서 후궁이 되고, 곧이어 중전에까지 오르지만 결국 추락하고마는 ‘장옥정’을 통해자신의 연기력과 더불어 출중한 한복 스타일을 국내외에 한껏 과시했다.


장희빈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작년 SBS TV 주말극 ‘내 사랑 내 곁에’의 여주인공을 거쳤지만 장희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춘홍을 제안 받았다. 이런 경우 상당수 배우들이 사극을 피하지만 이소연은 받아들였다.


“사극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장희빈과 춘홍은 캐릭터가 너무나 다른 데다 춘홍의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미래에 다녀온 것도 모자라 미래를 보는 눈까지 가졌죠. 다른 등장인물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모르는 것들을 저만 아는거에요. 그러다 보니 뭔가를 말할 때도 심각하고, 절실하게 얘기하게 되죠. 그런 것 하나하나가 연기자로서 정말 즐거웠어요.”


비중 면에서 춘홍은 장희빈의 몇 분의 일에 불과했다. 그래도 춘홍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비중이 적었지만 짧고 강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고나 할까요.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보니 장희빈을 맡아 오랜 시간 많은 분량을 해내야 하면서 불가능했던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었죠. 예를 들면 신 하나를 놓고도 어떻게 해야 더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을 보여야 시청자들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등에 관해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었던 것들이요.”
중전까지 한 장희빈과 기생 춘홍은 신분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그런 상반된 위치에 서있는 조선의 두 여인을 연기하다 보니 또 다른 재미도 쏠쏠했다. 장희빈과 춘홍의 한복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두 캐릭터가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던 것처럼 그 캐릭터들이 입게 되는 한복들도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장희빈의 궁중의상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위엄이 있다면 춘홍의 기생 옷은 세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로 카리스마와 신비감을 느끼게 했죠.”


하지만 가장 아찔했던 순간도 한복 탓에 빚어질 뻔했다. 바로 좌의정 ‘김병희’(김응수)의 장자인 ‘대균’(김명수)을 끌어안고 강에 빠지는 신에서였다.


“안전요원들이 저쪽에서 대기하고 있고, 몸을 세우면 제 키로 충분히 발이 닿는 곳이어서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랐어요. 강바닥에서 발이 한 번 미끄러지고 나니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안 되는 것이었어요. 다들 제가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연기 정말 잘한다고 감탄을 하셨대요. 결국 이상하다고 느낀 안전요원이 구해주셨어요. 물 밖으로 나와서 얼마나 울었는지요.”


이날 이후 그녀에겐 물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제가 원래 수영을 좋아하는데 가족들과 강원도 홍천강으로 여행을 가서도 물에는 아예 못 들어가겠더라구요. 한 동안 물을 무서워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는 “정말 이상하죠? 한복 때문에 죽을 뻔해놓고도 한복은 또 입고 싶네요”라며 자신의 사극에 대한 열정을 과시했다.


사실 그녀는 2003년 사극 멜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의 ‘이소옥’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장희빈’으로 미모와 연기를 모두 인정받았다. 그 동안 출연한 사극은 세 편에 불과하지만 이소연은 이상하게도 사극 퀸의 느낌이 강하다. 본인도 사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현실에서는 입지 않는 의상을 입고 헤어를 하는 것이나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이나 말투를 하는 것, 또 그런 환경에서 연기를 하는 것 등이 정말 신선하고 재밌어요. 연기자로서 진짜 연기를 한다는 느낌도 들구요. 때문에 사극을 제안 받아도 별로 고민하지 않아요. 바로 다음 작품으로 사극을 택하지는 않겠지만 그 다음부턴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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