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에어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10-03-08 12:14:41
목적지 없이 떠도는 당신의 인생 괜찮나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아다니며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미국 최고의 베테랑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그의 특기는 완벽한 비행기 여행, 유일한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 7번째로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 텁텁한 기내 공기와 싸구려 기내식 서비스에 평온함을 느끼고, 모두가 싫어하는 출장 생활이 집보다 훨씬 편하다는 그. 12살 때, 할머니가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사람은 혼자 죽는다’ 라는 걸 이미 깨달았고, 오지랖 넓은 누나의 잔소리를 용케 피해가며 여동생의 결혼식에서도 손은 잡아주지 않을 예정이다.
천만 마일리지 달성을 앞둔 어느 날, 온라인 해고시스템을 개발한 당돌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가 등장한다. 만일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해고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전국을 여행할 필요가 없게 된다. 무엇보다,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베테랑 해고 전문가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 결국 라이언은 당돌한 신입직원에게 ‘품위있는’ 해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생애 처음 동반 출장을 떠나게 된다.
한편, 라이언은 호텔 라운지에서 자신을 꼭 닮은 여인 알렉스(베라 파미가)를 만난다. 자신처럼 마일리지 카드에 흥분하고, 달라붙지 않는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자칭 ‘여자 라이언’이 등장한 것! ‘사람의 눈을 볼 때 상대가 내 영혼을 보듯 고요해지는 느낌’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라이언 빙햄은 알렉스와의 만남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진실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목적지 없이 떠도는 당신의 인생… 괜찮나요?
제이슨 라이트먼이 연출한 ‘인 디 에어’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최근의 국제적 경제침체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영화적 코멘트일 것이다. 해고 전문가를 주인공으로 삼아 숱한 사람들이 실직이라는 사회적 죽음을 맞게 된 시대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코미디적인 화법을 통해 시종 유쾌하게 진행된다.
이야기를 가장 잘 다루는 차세대 감독으로 손꼽을만한 라이트먼은 흥미로운 착상에서 시작해 진부한 결말에 이르고 마는 허다한 범작들과 궤를 달리하는 작품을 완성했다. 기대를 충족시켜주긴 하지만 뻔하기 그지없는 로맨스의 얄팍한 달콤함이나, 잠시 온기를 전해준다 해도 금세 잊히고 마는 휴먼 드라마의 관성적 감동 속으로 관객을 밀어놓고 스스로 박수치며 끝내는 상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 디 에어’가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해나가는 방식은 신선하면서 성숙하다. 귀에 짝짝 달라붙는 대사들의 품질은 최고 수준이고, 그런 대화 장면을 리드미컬하게 짜올리는 신(scene) 안에서의 편집감각도 좋다.
‘주노’는 매우 사랑스러운 작품이었지만, 지면을 굳게 디디고 선 감촉이 부족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 디 에어’에서 라이트먼은 감칠맛나게 극화된 스토리에 다큐멘터리적인 색채를 슬쩍 가미함으로써 텍스트를 확장하는 동시에 리얼리티가 담긴 뭉클함을 주는데 성공했다. 대량해고의 한파가 특히 극심했던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실직 경험자들이 직접 출연해 해고를 통보받았을 때의 심정에 대해 연기의 형식을 빌려 털어놓는 모습들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주연: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 안나 켄드릭
장르: 코미디,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시간: 108분
개봉: 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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