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간통죄 폐지, “바람피우라는 것 아니다”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5-02-27 16:44:16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지난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시민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여야 정치인들 역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여성단체들은 “부부 간 신의성실의 문제를 형법상 간통죄라는 법률로 규율할 수는 없는 만큼 폐지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헌재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와는 반대로 성균관에서는 “간통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근간인 가족에 대한 문제이므로 인간 행복추구권을 고려해 여러 방향에서 숙고했다면 다른 결과가 도출됐을 것”이라며 “국가는 사회의 건강성과 가족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데 이를 사적 영역으로 몰아간 것은 재앙”이라며 이번 결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여하튼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지난 2008년 10월 30일 간통죄에 대해 네 번째 합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인 10월 31일부터 행해진 간통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 또 이날 이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처벌된 사람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약 3200명이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수감됐거나 실형을 살았던 이들은 형사보상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콘돔 제조업체인 ‘유니더스’의 주가가 상한가를 쳤으며, 사후 피임약 ‘노레보’를 생산하는 현대약품도 주가가 급등했고, 증권가에서는 발기 부전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주, 등산용품주, 막걸리주, 여행주, 호텔주 등이 ‘간통죄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형법상 죄로 규율되지 않는 행위를 전면적인 합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여전히 민법상 부부간 정조 의무는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는 간통을 저질러서 가정이 파탄되었을 경우 ‘징벌적 위자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통 배우자에게 형벌 대신 고액 위자료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간통죄는 혼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유지돼 왔지만, 사실은 이혼을 전제로 해야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번 간통죄 폐지는 이런 모순적인 간통죄를 폐지하고, 형사처벌은 사라졌지만 민사상으로는 간통의 책임을 변함없이 묻고 있는 셈이다.

이번 판결에서 ‘간통죄는 합헌’이라는 의견을 낸 재판관들조차 헌법상 성적 자기결정권의 근간이 되는 자기운명결정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조건적으로 해석했다.

그렇다. 이번 간통죄 폐지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선 바로 ‘이성’과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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