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공정’도 없었다? 공정위 해운공동행위 조사 결론은…

산업 / 김경탁 / 2022-01-16 08:00:00
운임동맹의 주축인 일본·유럽 대형선사는 조사도 안해 역차별 논란
10년 전 폐기돼 사례도 없는 ‘화주 사전협의’ 없다는 게 시비 근거
표=한국해운협회<표=한국해운협회>

총 8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예고로 해운업계를 경악하게 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담합 의혹 사건’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던 지난 12일 전원회의가 13시간 마라톤회의로도 결론 없이 끝난 가운데 이날 나왔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전해지고 있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공정위가 우리 컨테이너선사들에 대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면서 정작 운임동맹의 주축이자 더 큰손인 일본 및 유럽 대형선사들에 대해서는 조사나 심사 자체가 누락됐다는 점이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국적 12개사, 해외선사 11개사 등 총 23개사에 대해 3년간 강도 높은 조사를 시행해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골자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냈으나, 정작 일본의 3대 컨테이너선사인 NYK, K-LINE, MOL과 유럽선사 등 20개 해외선사는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NYK, K-LINE, MOL과 독일의 Hapag-lloyd, 프랑스의 CMA-CGM 등 총 20개사가 실어 나른 화물량은 우리나라의 중소형 국적선사보다 많았다고 한다.


전원회의에서 참고인과 선사 대리인들은 “일본과 유럽선사들이 조사에서 누락된 것은 공정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역차별”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공정위 심사관은 “향후 문제소지가 있으면 추가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참석자들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았다고 한다.


이날 공정위 심사관은 “화주와의 협의가 미흡해서 동남아항로에 취항중인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국가 등 전세계에서 화주와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운업계는 반박했다.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따른 사전협의를 화주들과 했다는 입장이다.


심사관이 주장하는 방식의 사전협의는 오래전에 선박운항 항차수가 한달에 1-2번 정도로 물량이 아주 적을 때 사용하던 것으로 현재와 같이 하루에 수만 건이 선적되는 상황에서는 화주에게 아무런 참고도 도움도 되지 않아 10년 전에 모두 폐기된 제도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즉 공정위 심사관이 “화주와의 협의가 미흡해서 해운공동행위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업계 현실은 물론 실정법과 제도조차 무시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해운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심사관의 후진성을 전세계에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실을 공정위에서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해운업계의 한 CEO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로 인하여 화주에게 손해보다 편익이 제공되었다는 사실이 여러 자료로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해당 CEO에 따르면 선사측 대리인들은 ‘심사관이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구두로만 언급 하는데, 입증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해도 해당 심사관이 이런 요청을 뭉갰다고 한다.


그는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적기수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컨테이너선사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선화주 상생협력이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한편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공정위는 결론없이 끝난 12일 전체회의 이후에 별도의 회의를 다시 열지 않고 이달 안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서 23개 국내외 해운사의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한 최종 제재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정위가 해운업계의 입장을 일부 수용해 과징금은 부과하되 과징금 액수를 감경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해운업계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결정할 경우 무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요경제 / 김경탁 기자 kkt@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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