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인플레이션’ 우려 현실화되나…원유가 인상에 속타는 정부

산업 / 김동현 / 2021-08-12 13:24:33
이달 하순부터 ℓ당 21원 오른 원윳값 적용 예정…먹거리 가격 연쇄 상승 우려↑
장바구니 부담에 정부 ‘6개월 유예’ 막판 설득…낙농가 “경영난에 인상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최근 라면·과자 등 주요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오른 상황에서 이달부터 원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유와 유제품, 커피, 제과·제빵 등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가격 줄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낙농가를 상대로 ‘인상을 미뤄달라’며 막판 설득에 들어갔지만, 낙농업계의 인상 의지가 확고한데다 정부로서도 강제력 있는 수단이 없어 원유가격 인상안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다.


◆ 라면·과자 이어 우유까지…장바구니 물가 ‘비상’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달 1일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리기로 했다. 사실 이 같은 원유 가격 인상은 지난해 7월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올랐어야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업체별 상황을 고려해 적용 시기를 1년 유예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유 가격이 오르지 않은 이유는 우유업계의 원유 대금 결제 관행 때문이다.


통상 서울우유·매일유업 등 주요 우유업체들은 매달 1∼15일치 원유 대금을 그달 20일께 지급한다. 이달 인상된 원유 가격이 오는 20일 이후에나 실제로 반영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우유 가격의 향배는 우유업체들이 실제로 대금을 지급하는 이달 하순 이전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다만 14∼16일 광복절 연휴가 낀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이번 주중 내에 결판이 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커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다.


원유 가격 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관련 업체들도 이와 연동해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원유가가 4원 인상되던 당시 업체들은 우유 가격을 최대 4.5% 올렸다. 올해는 원유가 인상폭이 2018년의 5배에 달해 가격 인상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이를 공급받는 커피, 제과, 제빵, 빙과 등 주요 식품업체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돼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라면·과자·소스 등 주요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오른 상태에서 다른 식품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우유 가격마저 오른다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원유가 인상 ‘줄다리기’…정부 “미뤄달라” vs 낙농가 “불가피해”


물가 인상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축산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부터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 인상을 6개월 유보하자고 낙농업계에 요청하고 있다”며 “공식 경로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으로도 꾸준히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4일 열린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설득에 나섰고, 지난 6일에는 전국 낙농 협동조합장을 만나 비슷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낙농가는 원유 가격을 이미 1년 유예한 이상 더 이상 유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 폭염 등으로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우유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경영난에 빠진 낙농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강제력 있는 수단이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낙농진흥회의 가격 인상 계획을 변경하려면 이사회가 다시 열려야 하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를 개최하려면 낙농진흥회 이사 15명 가운데 최소 10명이 참여해야 한다”며 “이사진 가운데 7명이 낙농 생산자 측 인사인 만큼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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