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스리랑카, 과연 중국의 덫에 걸린 걸까

기업분석 / 김태관 / 2022-08-31 23:59:34
중국 자본의 계획적 침투...일대일로 참여 후 부채 해결 위해 함반토타 항구 사용권 양도
항구개발 계획 정부 실책...무리한 대규모 항구 확장 공사와 테러, 코로나19 악재 겹쳐
▲ 함바토타 항구 전경 <자료=연합뉴스>

 

스리랑카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벌이는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국가 부도 사태의 원인을 두고 색다른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스리랑카 현지 매체 이코노미넥스트 등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의회에서 "IMF와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며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채권국과의 채무재조정 논의도 곧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스리랑카의 부도를 두고 이른바 ‘중국의 덫’, 다시 말해 ‘부채함정외교’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중국 자본의 계획적 침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개발에 투입된 중국자본이 그 예다. 2000년대에 내전이 끝난 스리랑카에는 경제재건이 시급했으나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에선 엄청난 리스크였다. 결국 스리랑카는 중국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와 함께 일대일로의 가장 중요한 기지로 꼽힌 함반토타 항구에 4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2019년에 벌어진 부활절 테러에 이어 이듬해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스리랑카 수입원의 약 20%를 차지하던 관광수입이 사라졌다. 이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측으로부터 11억 달러를 받는 대신 항구 이용권을 99년간 양도하면서 자본 속국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현재 스리랑카가 중국 측에 갚아야할 채무는 45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외환보유액은 16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020년 중국 자본에 잠식당한 파키스탄과 몰디브 역시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진 적이 있어 ‘중국 덫’론은 사실인 듯 보였다. 일대일로는 근본적으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1순위로 하는 사업이고 국가기반시설을 중국에 헐값에 팔아넘기는 악순환이 주목적이라는 주장인데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도 벵갈루루 경영경제전문대학원 IIMB 교수 맹현철 교수는 “함반토타 항구 건설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스리랑카는 중국의 부채 함정외교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맹 교수는 “함반토타 지역 항구 개발 계획을 최초 논의한 시점은 30년 이상 거슬러 간다. 바로 이 지역의 지리적인 장점 때문에 항구 개발 논의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며 “이 항구는 동남아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로 넘어가는 길목이며 수에즈 운하-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인도의 해상 사업가인 Ariya Wickramanayake는 사비를 들여 항구의 경제성 조사를 했고 이후 정부의 개발 계획에 한때 포함되기도 했다” 며 “이후 2002년에는 캐나다, 2005년 덴마크 역시 타당성 조사를 벌인 끝에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건 스리랑카 정부였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비로소 2008년 1단계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차입금은 엉뚱한 데 쓰였다. 당시 스리랑카 행정부는 이 돈의 90% 이상을 함반토타 항구와 무관한 스리랑카의 국제 채무를 변제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데 사용했다.

더욱이 수년이 걸려야 이익을 내는 항구의 특성을 무시한 채 2단계 확장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한 데다 테러와 코로나19 등 스리랑카에 연이어 터진 악재로 인해 몰락한 것이라고 맹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2012년 이곳에 입항한 선박은 고작 34척에 불과했다. 도로, 철도 등 나머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탓이다.

맹 교수는 “함반토타 항구 개발은 스리랑카 정부의 이해관계가 중국의 일대일로와 맞아떨어진 사건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며 “함반토타 항구가 중국의 손에 넘어간 주요 원인은 스리랑카 정부 측 실책” 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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