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징금 2011억원 멈췄지만…4236억원은 그대로

IT·플랫폼 / 황세림 기자 / 2026-11-06 22:21:08
법원, 개인정보 과징금 집행정지 엇갈린 판단
이미 2분기 비용 반영…집행정지와 실적 개선은 별개
▲ 쿠팡 본사 [연합뉴스]

 

쿠팡의 개인정보 과징금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일부 과징금은 당장 납부하지 않아도 되지만 더 큰 금액은 효력이 유지됐다. 다만 과징금 집행정지가 곧 제재 취소나 실적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쿠팡(임시대표 해롤드 로저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11억600만원의 과징금과 관련 시정·공표명령의 효력이 본안소송 1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된다.

반면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별도로 부과된 과징금 4235억7500만원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 사건의 시정·공표명령은 효력을 정지했지만 과징금 자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두 과징금은 발생 원인부터 다르다. 4235억원대 과징금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이 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의 인증정보 관리와 접근통제 소홀 등으로 약 375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2011억원대 과징금은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기록을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약 1117만명의 다른 웹사이트·앱 이용기록을 법적 근거 없이 수집했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을 합친 과징금은 6246억8100만원이다.

그렇다면 왜 법원의 판단이 달랐을까. 핵심은 과징금 부과가 정당한지가 아니라 당장 집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4235억원대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쿠팡이 과징금 납부로 손해를 보더라도 나중에 금전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1억원대 사건 재판부는 처분이 집행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막을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쉽게 말해 한쪽 재판부는 과징금 납부를 미룰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다른 재판부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어느 쪽도 과징금 부과가 최종적으로 적법한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실제 위법 여부와 과징금 취소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본안소송에서 가려진다.

기업 재무 측면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쿠팡의 미국 상장 모회사 쿠팡Inc는 올해 2분기에 개인정보 관련 과징금 4억1000만달러를 판매관리비에 반영했다. 과징금을 실제 납부하기 전에 회계상 비용으로 먼저 처리한 것이다.

지난 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서도 해당 금액은 9월 말 기준 미지급 상태로 기타유동부채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집행정지 결정으로 쿠팡의 이익이 곧바로 2011억원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비용으로 반영한 금액을 다시 이익으로 돌리려면 향후 소송 결과와 납부의무에 대한 회계적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금 부담과 회계상 비용도 구분해야 한다. 쿠팡은 지난 10월 8일 개인정보위로부터 과징금을 2년에 걸쳐 6차례 나눠 납부하는 방안을 승인받았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2011억원대 과징금의 효력은 일시 정지됐지만 4235억원대 과징금은 기존 납부의무가 유지되는 구조다.

쿠팡은 올해 3분기 64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개인정보 과징금 관련 비용은 앞선 2분기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번 법원 결정과 3분기 손익을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된다.

향후 관건은 본안소송 결과다. 쿠팡이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납부의무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면 회계상 비용과 부채를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과징금 처분이 유지되면 관련 부담도 남는다.

쿠팡이 이번 결정으로 얻은 것은 과징금 일부의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시간이다. 실제 재무적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앞으로의 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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