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강제 디폴트 위기···푸틴 몰락 현실화

기업분석 / 김태관 / 2022-05-27 19:42:31
▲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의 금융거래 창구를 차단하면서 러시아가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를 맞았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의 금융거래 창구를 차단하면서 러시아가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해외에 보유한 약 4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중앙은행과 금융회사와의 거래도 금지했다. 또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도 러시아를 퇴출했다.

다만 미국은 채권국들의 자금 회수를 위해 지난 25일(현지시각)까지 한시적으로 채권 원리금 상환에 한해 외화 자산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종 종료했다.

이에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달러화로 국채 변제 지속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러시아 통화(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며 “루블화는 러시아의 외채 결제기관인 국가예탁결제원에서 국채 표시 외화로 환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재정 상황이 더 좋아진 데다 루블화 가치도 급등하고 있어 채권자로서는 손해가 아니다”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채권국이나 투자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채무를 달러 내지는 유로화로 상환한다’는 계약을 위반한 것인 데다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미국이 러시아를 강제로 디폴트에 밀어넣은 셈이다.

러시아는 당장 다음 달 23, 24일 지급 약정한 채무 이자에 문제가 생길 전망이다. 23일 자(2억3500만달러)의 유예기간은 30일이지만 24일 자(1억5900만달러)의 유예기간은 15일에 불과하다. 즉 오는 7월 9일까지 채권자들이 이자를 받지 못하면 러시아는 공식적인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다만 오늘(27일) 자로 약정했던 1억달러의 이자는 러시아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지난 20일 러시아 연방증권예탁결제원(NSD)에 미리 이체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디폴트가 미칠 영향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러시아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디폴트 상황이 되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해외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긴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돼 디폴트와 유사한 상황을 걸어왔다.

더욱이 동결된 해외자산 규모가 워낙 커 우크라이나 상황이 정리되고 적절한 협상이 이뤄지면 언제든 회복될 수 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달 초 한 인터뷰에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충격이 오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석유, 곡물은 물론 어업 관련 분야에서 예상 밖의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세계 식량이나 에너지 위기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대치국면이 장기화할 경우다. 현재도 러시아 경제의 실물지표는 ‘위험’ 수준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 4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4%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추산된 –8.8%에서 더욱 악화한 수치다. 현재 기준으로는 –12.4%보다 훨씬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7%로 전망됐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공급이 수요보다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러시아 경제가 1980년대로 후퇴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러시아 디폴트의 피해는 정작 러시아 경제가 아니라 러시아 국민이 갖게될 ‘심리적 동요’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곧 푸틴 러시아 대통령 책임론을 의미한다. 팀 샘플스 조지아 대학 테리경영대 법학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경제 실적에 대한 오점, 평판 손상, 추후 연쇄적인 채무불이행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디폴트’라는 단어가 러시아인들에게 그동안 믿어왔던 푸틴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러시아의 자존심’, ‘초강대국 소련’ 등의 향수를 채워줄 수 있는 위인으로 여겨왔던 푸틴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푸틴의 지위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설명이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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